시장에서 중간배당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나 향후 이익이 증가하는 예비신호로 읽히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백이면 백 모든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일 경우 그 면면을 들여다 본 후 신중히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원에스씨, 미원화학, 파라다이스, 청담러닝, LS전선 등 5개 기업은 창립이나 분사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미원에스씨와 미원화학의 1주당 배당금은 각각 2500원, 400원으로 시가배당률로 보면 0.8%, 1.1%다.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있는 파라다이스는 1주당 배당금으로 100원을 책정했으며 청담러닝은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미정이다.
LS전선은 비상장사이지만 LS그룹 계열사로 이번에 첫 중간배당 결정을 내렸다. 시가배당률이 20%에 달한다.
중간배당은 당장의 배당액보다 배당을 할 만큼 순이익이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올해 첫 중간배당을 실시한 이들 기업의 목적에는 실적과는 무관하게 이미지 쇄신을 위한다거나, 일회성 재원을 소진해 주주보상을 하자는 게 더 커 보인다. 특히 중간배당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섣부른 기대 역시 금물이다.
실제 주당 2500원의 배당을 실시한 미원에스씨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은 정작 전년동기 대비 29.5% 감소했다. 중간배당을 실시한 날과 동시에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파라다이스 역시 오는 8월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 부진한 실적을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이번 중간배당은 실적과 무관하게 지난 3월 법인세를 환급받은 게 있어 결정한 것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선 미원에스씨가 실적 악화에도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을 두고 과다하게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란 분석이 제기된다. 2012년에 이어 2013년까지 미원에스씨의 배당성향은 0%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원에스씨는 사내 유보율이 높은 중견기업 중 한 곳"이라며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을 언급하면서 유보율이 높은 기업들로서는 배당 등으로 유보금을 처리하느라 분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S전선이 중간배당을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원전비리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된 영향이 크다. 원전 납품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산데 따른 속죄의 마음이 크다는 얘기다.
LS전선 관계자는 "원전비리로 무너진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쌓자는 의미에서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이라며 "실제 대주주는 해당되지 않는 차등배당을 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올해 첫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들이 내년에도 중간배당을 할 지는 불투명하다. 지속적으로 중간배당을 해온
청담러닝 관계자는 "올해 중간배당이 주주이익환원 등의 이유로 이뤄진 것이긴 하다"면서도 "내년 실시 여부는 미지수다"고 전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 또한 "일회적 성격의 중간배당"이라며 "현 상황에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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