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낮은 배당률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최고소득세율 41.8%까지 감안하면 배당을 통해 오너가 챙길 수 있는 돈은 극히 적다. 배당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단 지주회사는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는 데다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로 삼성그룹 3세 경영 체제는 이미 시작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취약한 지배력도 높여야 하고 금산 분리도 풀어야 한다.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높여야 하고, 무엇보다 성장의 씨앗을 살려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오너 입장에서 지배구조 변화의 모범 답안으로 볼 수 있는 SK그룹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에 오너 일가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삼성물산을 분할해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5%를 넘는 2.6%를 사 오면 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을 합병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자사주를 최소 2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전환 이후에도 제일모직과 합병을 위해 자사주를 최소 20% 이상 추가로 사들여야 할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같은 효과이므로 이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는 최고 배당주가 될 수 있다.
성장은 삼성SDIㆍ삼성전기ㆍ삼성SDS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길이다. 성장 재원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절
삼성전자가 70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과 장ㆍ단기 금융자산을 어디에 쓸까? 마침 ITㆍ모바일 사업부문 실적 악화로 주가도 매우 싸졌다. 이제 시장의 기대에 화답할 때가 됐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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