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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TM은 한 대당 2000만원의 유지비용이 드는 반면 평균 200만원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어 최근 5년간 7000대가 사라졌다.
이 같은 ATM 철거 속도는 만성적 적자구조와 스마트폰 결제 등이 일상화 하면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ATM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론의 눈치 때문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의 ATM은 3월말 현재 2만 6110대로 2009년 3만2902대에 비해 6792대 비율로는 20.6%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올해 1분기 1조 434억원, 연간으로 따지면 4조 173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3년전에 비해 7734억원(15.6%) 감소한 것이다.
수수료 수입 감소분은 국민은행(8775억원), 하나은행(6552억원) 등 대형 시중은행의 지난해 1년치 순이익과 맞먹는다.
이를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외환은행의 자동화기기 및 송금관련 수수료 수입은 2010년 256억원에서 올해 138억원(연간기준)으로 46.3% 급감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25.4%, 22.2% 줄었다.
ATM수수료는 지난 2011년 금융감독당국의 주도로 은행들이 일제히 절반정도 내리거나 일부 무료로 전환했다.
당시'탐욕의 금융'으로 미국 월가가 시민들에 의해 점령 당하는 등의 여파로 거세진 국내 금융권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조치였다. 공정거래법을 의식해 은행 자율에 맡겼으나 조금만 들여다 보면 감독당국의 반강제 성격이 짙다.
ATM 설치비와 유지비, 임차료, 인건비 등으로 고려치 않고 여론에 떠밀려 수수료를 내린 결과, 은행들은 해당 서비스에서 손해를 보며 고객 서비스 규모를 매년 줄이고 있는 추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화기기 수수료 적정성 연구'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이 ATM 수수료 인하 직후인 2012년에 844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이는 ATM 한 대당 평균 166만원의 손실로, 임차료가 비싼 수도권의 ATM은 대당 수백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문제는 수수료 수입감소가 해당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면서 고객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금리 등 다른 측면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감독당국도 은행들이 예대 마진에만 치우친 경영에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수수료 현실화를 추진했으나 현재 잠정중단 상태다.
'ATM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감독당국으로서도 수수료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임시방편으로 ATM수수료를 대폭 내리더니 정작 ATM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수료를 인상해야 함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여론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요즘 ATM 수수료 인상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며 "투자 자문이나 컨설팅 등 자문서비스 부문의 서비스 역량을 높여 선진국처럼 수수료를 주고 서비스를 받는 문화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ATM을 줄여 적자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은행 입장에서는 유리하나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 대규모 축소도 부담"이라며 "감독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각 은행들이 수익성과 ATM 비중을 적정선에서 조율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대비 ATM 보급 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내총생산(GDP) 10억 달러당 98.8대가 보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6.6대 보다 훨씬 많다. 미국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 점포 내 ATM은 업무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나 점포 외 ATM은 차별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키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ATM 구조조정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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