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철강 관련주와 화학 관련주는 지난달 중순 이후 5~10%가량 올랐다. 반면 조선주와 정유주는 같은 기간 최대 10% 이상 하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철강 업종이다. 포스코(10.77%) 현대제철(9.63%) 현대하이스코(20.45%) 등 대부분 종목이 1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상승 배경은 그동안 주가를 짓누르던 공급 과잉 문제가 나아지면서 실적이 좋아지는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은 839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8004억원)를 웃돌았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업체들의 철강재 재고량이 1300만t가량으로 정상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철강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실적이 4분기 연속 개선된 점으로 보아 업황이 바닥은 확인한 듯하다"고 밝혔다.
화학 업종도 상황이 나쁘진 않다. LG화학(1.44%) 롯데케미칼(5.36%) 등이 7월 중순 이후 주가가 소폭 올랐다.
이 종목들은 실적이 당장 좋아지진 않았다.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3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4077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공급 과잉 문제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고, 아시아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정기 보수가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NCC란 나프타를 분해해 부타디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정기 보수 규모가 상반기의 1.5배"라며 "정기 보수가 이뤄지면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철강ㆍ화학 업종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기대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7.1로 전월(55.3)보다 상승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PMI도 51.7로 2012년 4월(53.3)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기대감이 커지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 전망도 좋아지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중국 경기와 관련이 있는 철강 화학 등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ㆍ정유 업종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이 2분기에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주가가 7월 중순 이후 13.15%나 빠졌고, SK이노베이션(-0.5%)과 에쓰오일(-1.1%) 등도 지난달 말 코스피 상승장에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조선 업종의 경우 상반기에도 실적 악화에 시달렸는데 업황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3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운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신규 수주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줄줄이 신용등급
정유업체들도 고질적인 정제마진 감소와 국내 석유 소비 위축으로 당분간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3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7%, 66% 감소가 예상된다.
[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