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과 의지가 중소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8월 들면서 기술력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금융 보신주의에 대한 정부 압박이 거세지자 은행들이 앞다퉈 중소기업을 발굴해 대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되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져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 금융 보신주의 타파 덕에 숨통트인 中企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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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은행권 중기대출 잔액은 약 498조66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3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7월 증가폭인 2조7000억원에 비해 30%나 많은 수치다. 올해 들어 은행들은 수익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중기대출을 늘리다가 6월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8월 들어 중기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재무제표ㆍ담보 위주 대출 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 보신주의에 대해 정부와 여론 비판이 커지고 기술금융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등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은행 중기담당 임원은 "지난달 말부터 비판이 거세진 금융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영업현장에서 기술평가 등을 통한 대출을 늘리고 가능성 있는 중기를 발굴해 여신을 해주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월 중기대출 증가는 기업ㆍ우리ㆍ신한은행이 주도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중기대출 잔액을 8191억원이나 늘려 증가폭을 놓고 볼 때 전체 은행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8월 기업은행 중기대출 잔액 증가폭은 7월 증가폭(4953억원)에 비해 65%나 확대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기대출 잔액을 5959억원 늘려 2위를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급격한 중기대출 증가에 대해 '부실'을 염려하고 있다. B은행 임원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상을 찾다보면 일부 부실한 기업에 대출이 나갈 수도 있다"며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LTV·DTI 완화 한달만에 주택대출 2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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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LTVㆍDTI 완화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 주 원인이다. 정책금융상품인 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 금리가 내린 것도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 8월 판매액은 총 3조8845억원에 달해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5년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금리조정형 적격대출'은 8월 한 달 새 3조8531억원이 팔렸다. 대출 수요자들이 금리가 비교적 저렴하고 10년 이상 계약을 맺으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금리조정형 적격대출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적격대출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택금융공사가 9월부터 적격대출 기준 금리를 기존 3.3%에서 3.47%로 0.17%포인트 인상한다고 각 취급 은행에 통보함에 따라
박승창 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부장은 "LTVㆍDTI 완화로 대출 수요자들이 금리가 낮은 적격대출 상품을 미리 구매한 측면이 있다"며 "9월에는 적격대출 수요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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