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이사회 책임론 확산 ◆
KB국민은행 이사회는 책임이 없을까. KB금융그룹은 지주 이사회와 별도로 은행 이사회도 있다. 이번 KB 내분 사태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을 둘러싼 문제로 벌어졌기 때문에 은행 이사회는 내분의 주체세력이다. 이 때문에 책임론이 더욱 거세다.
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강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주전산기라는 내부 문제가 외부로 번지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들은 금융감독원에서 '주의'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아 이미 공정성에 흠집이 났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사외이사 6명을 포함한 이사회가 비상경영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하지만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4월 28일부터 3주간 정병기 감사가 진행한 주전산기 특별감사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9일 이사회에서 채택해 논의하자는 정 감사 주장을 끝내 거부하면서 사태를 촉발했다. 원만한 내부 의사결정 자체가 어긋나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사외이사들은 또 상임감사가 실시한 특별감사는 내용과 절차상 문제가 많은 '불법 감사'라며 아예 봉인해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이사회 반대에 직면한 이 전 행장이 금융감독원에 이번 사건을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들과 이 전 행장 등이 소통했다면 KB 사태는 내부적으로 해결 가능했을 것"이라며 "은행에서 주전산기 문제를 지주 이사회에도 보고할 수 있도록 두 차례 지주에 공문을 보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사외이사는 6명이다. 이사회 반수가 넘는 사외이사들이 똘똘 뭉치면 은행장을 배제한 채 사실상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것
사외이사 보수 과다 논란도 여전하다. 국민은행 사외이사(연평균 5.3명)들은 2013년 3월 주주총회 이후 1년간 총 3억87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1인당 기본급과 회의비로 평균 7300만원을 받은 셈이다.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 중 5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꾸려져 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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