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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요즘 나오는 통일금융 상품들이 대부분 정부'눈치 보기용'이라고 꼬집는다. 따라서 어느정도 상품 구색만 갖추고 소극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례로 MB정부 시절 '저탄소 녹색성장'이 강조되면서 '녹색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최근 거의 모든 상품이 판매실적이 미미하거나 판매가 중단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통일과 관련된 연구와 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논의, 실행하는 조직인'통일금융연구회'를 신설 운영중이다.
위원장인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과 전략, 상품, 영업 등 14개 관련 핵심분야 부서장들로 구성된 특별기구로 통일금융을 추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 전후를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과 통일금융 사례 발굴, 남북 경제협력 지원을 위한 관련 상품개발, 상표권 등록 등의사업을 추진한다.
서진원 은행장은 통일금융연구회 출범과 관련해 "통일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개별 기업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자 기회"라며 "통일에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사전에 확보해 체계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은행은 향후 통일금융 상품의 상표권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통일저금통''통일씨앗'등 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상표부터 '함박꽃''신한 아리랑'같은 한민족 친화적인 상표까지 차별화된 네이밍을 통해 통일 브랜드를 선점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중국 동북 3성과 북한 접경지역인 단둥, 연변 등지에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동북 3성 관문인 심양에 개점한 신한중국유한공사 분행을 교두보로 북한 동향을 모니터링 하는 한편 동북 3성 정부기관과의 자매결연, 대북사업 영향력이 있는 중국계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통일 전후 직·간접적인 북한 진출 채널을 마련하고 대북사업 참여기업에 대해 전방위 지원을 실시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10일 '통일대박 OneKorea 카드'를 출시했다.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최대 0.7%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용 시 1%, 대한민국 6대 국경일(삼일절,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사용 시 5%, DMZ관광 10%, 서해5도 여객선, 통일전망대(파주, 고성) 입장 5%가 적립이 되며 이용액의 일부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할 예정이다.
또 고객이 원할 때 기부처(남북하나재단, 코리아DMZ협의회) 지정 후 기부하는 게 특징. 기부금영수증 발급을 통해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은 지난달 선보인 통일대박 통장·예금·적금의 패키지 상품으로 통일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출시했다"며 "통일 대박을 향한 새로운 붐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KB통일기원적금으로 통일관련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예금신규 시 통일희망 메시지를 작성할 경우 연 0.1%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통일희망 우대이율'과 드레스덴선언을 기념해 가입 기간별 우대이율(1년 연 0.1%포인트, 2년 연 0.2%포인트, 3년 연 0.3%포인트)을 제공하는'통일물결우대이율', 이북 실향민, 북한 이탈주민, 통일부 통일캠프 수료자 또는 어린이(대학생)기자단, 개성공단 입주업체 임직원, 통일부허가법인임직원이 증빙서류를 예금의 만기일까지 영업점에 제출할 경우 연 0.3%포인트의'통일실천우대이율'이 적용, 3년제 기준 최고 연 3.6%의 이율을 제공한다.
아울러 이 적금은 만기이자(세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 비용으로 대북 지원사업, 통일 관련단체에 기부금으로 출연한다.
우리은행은 대한적십자사와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입출식통장, 정기예금, 펀드로 구성된 기부형 금융상품인 '우리겨레 통일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통해 받은 이자나 펀드 운용수익 중 40%를 대한적십자사에 자동 기부해 통일기금 조성에 기여토록 한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지점을 운영하는 민족은행으로서 이번에 국민의 통일염원을 담아 마중물 형태의 통일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을 대비한 장단기 경영전략 수립과 중소기업 지원방안 검토 등 통일금융의 전반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 은행은 또 IBK경제연구소 내 통일금융 전략 태스크포스팀(TFT)를 설치해 독일 통일금융 사례 연구와 관련 상품개발에 집중하고있다.
KDB산업은행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서 '통일시대 준비'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초부터 조사분석부 내 동북아팀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최근 주요 20개국(G20)개발금융기관장회의에 참석해 통일금융 마중물 역할을 위해 독일재건은행(KfW)과 협력을 강화했다.
홍 회장은 슈뢰더 KfW 행장과 통일금융을 주제로 개별면담을 진행한 자리에서 산업은행의 통일금융 준비상황을 설명, 연내 통일금융 공동컨퍼런스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도 다음달 12일 '통일금융'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계획 중이다.
아직 세부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통일금융에 대한 의미를 고취시키고 구체적인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 한마디에 통일상품들이 봇물처럼 나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은행권 복수의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경연진에서 뜬금없이 관련 상품과 정책을 내놓으라
이어 "MB정부의 녹색금융처럼 '정부 코드 맞추기'상품으로 전락치 않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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