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감독이 상하이·홍콩 증권거래소 교차 거래제도인 후강통에 이어 개인투자자가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왕단(王丹) 부총재는 런던증권거래소의 베이징 기업공개 총회에서 후강통 실시와 함께 적격국내개인투자자(QDRI)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QDRI는 중국 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증권과 부동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적격기관투자자(QDII)를 통해서만 해외 금융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768억달러 한도에서 투자가 가능하고 개인 1인당 환전 가능 액수도 5만 달러로 제한돼 해외 증시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언급하면서 중국 자본이 한국 등 해외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 유입된 중국계 자금 잔액은 2008년말 3711억원에서 지난해 말 20조8000억원으로 40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 8월까지 증시에 유입된 순매수 자금은 2조85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24%에 달했다.
이같이 '왕서방'들의 국내 종목 담기가 이어지고 있어 QDRI가 시행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해정 이트레이드 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비율을 보면 중국계 자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화장품, 식료품 등 중국 내수 종목과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며 "헷지 자금이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투자자가 다양화되면서 수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 개인의 직접 투자 제도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 주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 증시보다 중국 증시의 상승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주식 자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다소 낮다는 설명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후강통이 시행됐을 때도 상하이 투자자들보다는 홍콩 투자자들이 더 반겼을 정도"라며 "QDRI가 시행될 경우, 자금은 오히려 한국에서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은 주식보다 부동산 투자 규제가 완고해 오히려 국내 부동산 시장과 채권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QDRI가 빠른 시일내에 시행될 것으로 해석하진 않았다. 후강통으로 금융 시장 개방의 물꼬를 트기는 했으나 제도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즉, QDRI 는 중국 금융당국이 대내외적으로 시장 문을 열겠다는 방향성을 제
성 연구원은 "중국에서 후강통 이후 시장을 대만까지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안팎으로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방향성은 확실하다"면서 "QDRI 등 개인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최종적인 목표를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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