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8.36포인트(0.95%) 오른 1958.23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엔저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FTA 체결 소식이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를 녹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쌍용차가 각각 2.78%, 3.24% 상승한 것을 비롯해 현대위아(3.69%), 에스엘(3.28%) 등 자동차 부품주들의 주가 상승이 돋보였다. 수출 업종에 대한 장기적인 수혜가 점쳐지면서 삼성전자가 5.12% 상승한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5.94%), POSCO(2.32%), LG화학(2.12%) 등 대형 수출주들이 골고루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수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종에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 관세율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수입되는 완성차에 대해 2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자동차부품은 관세율이 6~10%에 달한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중대형 고급차 판매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지만 생산 차종이 엑센트, 아반떼, 프라이드 등 중소형에 편중돼 있다. 그랜저, 제네시스, 쏘렌토 등 중대형 차종은 국내에서 수출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양사의 대중국 완성차 수출 물량은 5만대 안팎에 불과하다.
다만 FTA 체결로 인한 수혜는 자동차부품 업계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완성차의 경우 현지 생산 판매분을 제외한 중국 수출 물량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불과한 반면 자동차부품은 그 비중이 20%를 넘는다”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 인하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FTA가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메이커들이 인건비가 훨씬 싼 중국 내 생산을 늘려 한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6~7% 정도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화학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채 5%가 안 되는 상황에서 관세 철폐의 의미는 작지 않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LCD 패널은 중국 정부가 현재 5%인 관세를 8%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의지가 강하다. 화장품 업종도 일부 이익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중국의 구조적인 성장세에 더해 FTA 등 호의적인 정책 방향이 중국 내 경쟁력을 더욱 크게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조사개발생산(ODM) 업체보다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브랜드 업체들의 수혜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내수시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술력이 앞서 있는 산업도 주목받는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에 대해 1차 산업은 열세·2차 산업은 경합·3차 산업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교역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운송 서비스 외에도 건설 서비스나 문화콘텐츠 산업이 크게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농산물을 비롯해 섬유의복, 생활용품 등은 FTA로 타격이 불가피한 업종으로 지목됐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가 국내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다만 피해 업종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피해 업종도 성장 가능성이 낮아진 내수시장이 아니라 중국시장을 공략하면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김혜련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류·섬유 부문의 경우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하는 국내 의류업체가 일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상당수 국내 의류업체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피해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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