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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소 일을 하는 주부 김정아(가명·55)씨는 내일이 두렵다. 사실상 가장 노릇을 하는 김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가 빠듯하다. 노후 준비는 먼 나라 이야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에 대한 자신감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를 바라보는 정서도 '우울', '두려움', '비관적' 등 대부분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푸르덴셜생명이 푸르덴셜파이낸셜 본사와 공동으로 미국, 멕시코, 한국, 대만 4개국의 은퇴자와 은퇴예정자 3100명을 대상으로 노후에 대한 생각, 노후 준비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행복한 노후, 꿈과 현실'이란 제목의 백서에 담아 11일 발표했다.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행복한 노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행복한 노후 신뢰지수'(Happy Retirement Confidence Index)가 20점(100점 기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멕시코(57점), 미국(37점), 대만(33점)에 이어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푸르덴셜의 '행복한 노후 신뢰지수'는 조사 참가자들이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핵심요소인 재정적, 신체적, 정서적 건강 항목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뒤, 각 항목들이 행복한 노후에 각각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가중치를 부여한 수치이다.
노후에 대한 자신감은 각국을 통틀어 공통적으로 나이가 젊어질수록 감소했다. 기존 은퇴자들이 은퇴 전 가졌던 자신감 수준과 비교할 때, 은퇴예정자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적어도 20%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한 노후에 대한 은퇴예정자들의 자신감은 4개국 전반에 걸쳐 낮게 나타났으나, 노후를 바라보는 정서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멕시코와 대만의 은퇴예정자들은 노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우리나라 은퇴예정자들은 노후에 대해 기대감이나 희망을 갖기보다 '우울', '두려움', '비관적' 등 부정적 감정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었다.
백서는 "노후에 대해 느끼는 한국인들의 정서는 금융위기(서브프라임사태) 직후 미국의 은퇴예정자들이 느꼈던 정서와 비견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한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노후 문제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혁신적인 지원과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4개국 모두 행복한 노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재정적 건강을 꼽았다. 재정적 건강이 행복한 노후에 기여하는 중요도(100% 기준)는 대만의 경우 53%, 한국 52%, 멕시코 48%, 미국 44% 순이었다. 재정적 건강의 평가항목에는 노후에 바라는 삶을 즐길 수 있는 경제 능력,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 간병·요양서비스 이용 능력, 유산 상속이 포함된다.
또한, 한국과 대만은 가족과의 유대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감 등 정서적 충족을 중요시하는 미국과 멕시코와는 달리 재정적 능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한 노후 달성의 주요 장애물로는 4개국 은퇴예정자들 모두 의료비용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꼽았다.
특히, 노후 준비를 위해 재정적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반해 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배분에 있어 한국 은퇴예정자들은 평균 가처분소득의 3분의 1(33%)을 가족과 관련된 일에 썼다. 이는 멕시코와 대만의 24~2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소득의 대부분을 자녀들의 사교육비 등에 쓰는 바람에 노후준비는 가처분소득의 18%에 머물렀다. 이는 한국인들이 노후를 위한 저축액 중 상당 부분(가처분 소득의 30% 이상)이 50대 중후반 이후에야 시작되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노후의 요소인 재정적 건강에 대해 자신감이 낮고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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