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주도하고 있는 이런 방안에 대해 은행권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기술금융과 개념상 대상 기업이 겹쳐 추가 대출이나 새 기업 발굴이 쉽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24일부터 ‘관계형금융’을 도입해 중소기업 대출 관행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관계형금융 실행 방안을 연구해왔고 시중·지방 은행은 지난달 ‘관계형금융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작성·합의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속적 거래를 통해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신용·담보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관계형 금융협약을 맺고 지분투자·장기 여신·컨설팅 등 다각적 지원을 한다. 대상은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업이다.
관계형금융을 통한 지원은 ‘장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이 주로 1년 단위의 단기 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여신·투자 모두 ‘3년 이상’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만기 1년 이하 단기 비중은 70.5%에 달해 58.5%인 대기업보다 크게 높았다.
지분투자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상환우선주, 주식연계채권(CB·BW) 등의 형태로 진행되며 투자기간은 3년이 원칙이다. 투자 규모는 중소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은행의 지분율이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
또 은행은 관계형금융 대상 기업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만기 3년 이상의 신규 장기 대출을 해준다. 이와 함께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회계·세무·외환 등의 분야에서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다.
은행들은 관계형금융 활성화를 위해 행내에 ‘관계형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전담 조직을 두기로 했다. 또 가이드라인과 내규를 지킨 투자·여신 등에 대해 부실이 발생해도 책임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면책조항’을 도입한다.
김학문 금감원 중소기업지원실 팀장은 “은행의 단기 대출 관행에 대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관계형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에는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은행은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관계형금융 도입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기술금융과의 중첩,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은행 고위임원은 “‘신용·담보가 부족하지만 유망한 중소기업’이라는 게 결국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말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관계형 금융 대상과 기술이 뛰어난 중기를 지원하는 기술금융 대상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영업 현장에서 기술금융 대출을 해 줄 만한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관계형 금융을 통해 추가 대출에 나설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중기금융이 이뤄지는 ‘원트랙(one-track)’ 형태를 띠고 있지만 관계형금융을 오래전부터 해온 독일은 시중은행 외에도 지역은행이 전국에 퍼져 있는 ‘이중-삼중 자금지원’ 방식”이라며 “중소기업과 지속적 거래를 통해 비재무적 정보도 확보하려면 은행들이 관련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모뉴엘 대출사기 사건 등으로 영업현장이 움츠려 있는 상황에서 ‘면책조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해 관계형금융을 활성
■ <용어 설명>
▷ 관계형금융 : 금융사가 재무·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 거래·접촉·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분투자, 장기 대출 등을 하는 방식.
[김규식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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