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3돌 맞는 한국형헤지펀드 明暗 ◆
#. 올해 초 ‘대신에버그린롱숏’ 펀드에 5억원을 투자한 개인 사업자 B씨는 요즘 펀드 환매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가입 당시 펀드 설정 3개월 만에 10% 가까운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는 얘기에 큰돈을 넣었지만, 현재 연초 이후 수익률이 -13.0%로 6500만원가량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출범 3주년을 맞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전반적인 운용 성과나 상품의 다양성은 비교적 괜찮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부 펀드의 경우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하기엔 수익률 등락이 너무 심해 신뢰를 얻었다고 하기엔 역부족이란 반응도 있다. 헤지펀드 운용 부서에 대한 과도한 ‘정보 교류 제한(차이니스 월)’이나 ‘공매도(숏)’ 종목에 대한 공시 추진 등 정책적 불확실성도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불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총 30개 한국형 헤지펀드의 합계 설정액은 2조6274억원이다. 작년 말 1조8335억원에서 지난 5월 말 2조8976억원으로 5개월 만에 1조원 이상 설정액이 증가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이후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면서 6개월째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주요 20개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3%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3%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 6% 이상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하이 힘센’ ‘신한BNPP명장 한국주식롱숏’ ‘미래에셋맵스스마트Q 오퍼튜니티’ 등 일부 펀드들은 연초 이후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나 대신자산운용 등 일부 잘나갔던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지난 4월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신뢰를 주는 데는 역부족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고객들은 헤지펀드가 박스권장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급등락장에서 막상 일부 펀드의 성과가 안 좋다 보니 실망한 투자자가 일부 환매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성과가 좋았던 상당수 헤지펀드들이 중소형주 매수(롱), 대형주 공매도 전략을 구사했다. 4월 이후 중소형주 성과가 일시적으로 흔들렸고,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한계가 있어 숏 전략을 원활히 펼치지 못한 것도 일부 펀드의 성과 부진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약 70%가 롱숏 전략에 치중됐고, 공모 롱숏 펀드도 2조원을 넘으면서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공매도 물량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규제 위주의 정책도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용사들은 헤지펀드 운용 부서와 다른 부서 간에 정보 교류에 대한 현행 규제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종목 매매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리서치 자료 공유까지도 막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2월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공매도잔고 공시제도’가 도입될 경우 헤지펀드의 존립 자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공매도잔고 공시가 시행되면 1조원 규모 헤지펀드 기준으로 시가총액 6조원 이하 보유 종목에 대한 공매도 현황이 공개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헤지펀드는 물론 공모 롱숏펀드는 운용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 <용어 설명>
▷ 헤지펀드 :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등 자산을 대상으로 롱숏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한국형 헤지펀드는 개인 투자 한도 5억원 이상, 레버리지(차입) 비율 400%로 2011년 12월 첫선을 보였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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