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난 금호타이어가 주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급에서 연기금,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두 달 동안 순매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과 동시에 부각되고 있는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저하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지난 1월16일까지 42거래일 연속 금호타이어 주식을 순매도했다. 해당 기간 동안 투신, 연기금, 보험, 지자체 등에서 100만주 이상씩 물량이 쏟아지며 총 752만주(74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동안 금호타이어 주식은 1만1000원대에서 9000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금호타이어가 연말 경영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음에도 기관투자가들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실적 우려 때문이다. 특히 워크아웃에서 벗어나자마자 진행되고 있는 노사간 임금협상의 결과에 따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경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호타이어 전체 인건비는 연간 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임금협상의 결과로 20% 가량 상승할 경우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라며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을 3700억원으로 가정하면 이자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한 순이익은 순익분기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의 2013년 영업익은 3460억원, 순익은 1009억원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과 동시에 파업에 돌입,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동안 워크아웃 이전 수준 임금으로 고생했던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호타이어가 지난 3분기까지 부채비율을 크게 줄이고(2010년 860%→2013년 273%) 워크아웃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직원들이 임금 삭감을 감내했던 영향이 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파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실적 하락폭이 얼마나 될 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라며 "워크아웃 전 금호타이어 임금 수준이 동종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 보다 15% 이상 높았기 때문에 이 수준을 맞춰주려면 임금을 25% 가량을 인상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타이어 업체에게 불리해진 글로벌 시장 동향도 주가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의 경쟁이 세컨 브랜드(중저가) 타이어에까지 이러지면서 '저가'메리트가 감소한 국내 타이어 업체들에게 불리해졌다는 설명이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천연고무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주요 타이어 업체들이 판매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금호타이어의 경우 글로벌 선두권 업체들의 세컨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므로 올해 판매단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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