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페키징업체인 윈팩은 그 해 곧바로 99억원의 손손실에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78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회사 주가는 상장 초기 공모주 열풍에 편승해 잠시 4000원을 웃돌았다가 실적 부진이 여파로 줄곧 2000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반토막 난 것.
비슷한 시기에 상장(2012년 12월)한 기초화학물질 제조업체 CS엘쏠라는 상장 이듬해 곧바로 20억원 순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3분기(26억원)만에 전년 손실폭을 넘어섰다. 우량기업으로까지 분류된 우리이앤엘(2013년 2월) 역시 상장 첫 해(77억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가 확실하며 통신용 광부품 제조업체 우리로광통신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IPO는 높은 성장성을 보유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 성장을 촉진시키는 주식시장의 '꽃'이다. 이런 이유에서 연간 IPO 기업 수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상장 이후 거짓말처럼 적자기업으로 둔갑하면서 거래소가 상장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90개 기업 중 2년 이상 적자를 기록한 기업만 11개에 달한다. 15%에 해당하는 기업이 상장 후 이익 보다는 손실을 냈으며, 상장 이후 2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는 기업도 5곳이나 된다. 특히 거래소가 2013년 하반기부터 IPO를 적극적으로 장려한 점을 감안하면 이 시기 상장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실질심사는 심사대상 기업의 과거 실적은 물론 미래 성장성까지 정량·정성적 평가를 모두 거친다”며 "이처럼 적자전환 기업이 쏟아지는 것은 거래소가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상장심사승인율은 비상식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2013년 하반기에는 20개 기업이 상장을 시도해 19개가 거래소의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상장 신청 기업 46곳 중 42곳이 (스팩 25개 제외) 상장에 성공했다. 심사 미승인 기업 4개 중 부동산관리전문회사(리츠) 2개를 제외하면 실제로 미승인된 기업은 2곳(노바렉스, 안트로젠)뿐이다. 심사승인율만 95%에 육박한다.
문제는 내부적으로는 곪아가고 있는데도 거래소가 여전히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IPO 기업 유치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70개 기업(코스닥 100개)을 신규상장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앞서 거래소는 지난해 6월 상장유치부와 상장유치팀(국내 및 해외)을 신설한 바 있다. 선별되지 않은 상장기업들에 돈을 넣었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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