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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1월 23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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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와 증권사의 '위험한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증권사가 신용보강(주로 지급보증)을 한 프로젝트파이낸스(PF)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량이 늘고 있어서다.
2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부동산 PF ABS 발행량은 365건으로 발행규모는 총 1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23건 16조1000억원이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1조원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증권사의 신용보강 조건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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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재개발 등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완공 후 받게 되는 돈(주택분양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해 공사비로 활용한다. 이때 건설사가 주택분양대금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 PF ABS다. 쉽게 말해 건설사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부채)의 일종이다.
PF ABS 발행량이 늘어난 것은 건설 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용등급이 하락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건설사들이 PF ABS 발행량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과거 건설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었다. 건설사들이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빌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사들 신용위험이 커지자 금융기관들이 PF 대출업무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건설사들은 증권업계에 손을 벌렸다. 때마침 먹거리 찾기에 고심하던 증권사들은 건설사가 발행한 PF ABS에 신용보강 서비스를 제공해 신용등급을 높여 은행 등 금융기관에 파는 구조를 짰다.
최근 먹거리가 줄어든 증권사 입장에서는 신용보강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고, 발행사는 신용보강을 통해 더 많은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줄어든다. 금융기관-발행사-증권사의 3자가 모두 이득을 보는 거래다.
건설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으면 이러한 거래는 계속 성립할 수 있다. 문제는 건설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다. 대량 미분양이 발생해 건설사가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면 위기가 증권업계에 까지 전이 될 수 있다.
이미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신용보강 업무를 확대하면서 증권업계 우발채무 규모는 큰 폭으로 늘었다. 우발채무란 현재 부채는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로 확정될 수 있는 계약을 뜻한다. 주로 ABS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약정,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이 우발채무에 속한다. 우발채무 규모가 클수록 잠재적 위험인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7조 400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들 자기자본 대비 42.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 2010년 6월 말 4조원에서 최근 4년 사이 14조원 이상 급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발채무가 급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PF ABS 등을 지목하고 있다.
증권사들 가운데 우발채무 금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우발채무 규모가 3조1850억원에 달한다. 이 증권사 자기자본(8000억원)의 4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어 NH투자증권이 2조1080억원, 현대증권 1조7070억원, 교보증권 1조2720억원, 하이투자증권 1조144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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