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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주당 23만500원에 매각해 총 1조1576억원을 확보했다. 매각가 주당 23만500원은 전날 종가 대비 2.7% 할인된 수준이다. 블록딜 인수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가 경쟁률은 2.5대1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1월 초 매각 추진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매각대금이 1500억~2000억원 줄었다.
이 같은 흥행몰이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상승세다. 이날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일 대비 1만4000원(5.91%) 급등한 25만1000원에 마감했다. 블록딜 거래가 23만500원 대비로는 8.89%나 오른 셈이다. 통상 블록딜 직후에는 인수기관의 차익실현 매물 부담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다. 반면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일 대비 1만1000원(4.34%) 내린 24만2500원에 마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 회장 부자 지분 매각에도 현대글로비스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가 합병한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 경영권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높을수록, 현대모비스 주가는 낮을수록 유리하다. 이 같은 인식이 두 회사 간 주가 엇갈림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 간에 주가 희비가 단기적으로 엇갈리고 있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결국은 펀더멘털 이슈가 보다 중요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 대주주 지분 매각이 일단락되며 지배구조 이슈에 따른 주가 등락은 마무리된 셈”이라며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주가는 전방산업인 현대·기아차 업황과 자체 실적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공정거래법상 이슈로 시행되는 등 규제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는 순환출자에 대한 추가 법률 규제가 있으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 부자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1조원 넘는 자금을 마련한 만큼 사용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련 현금 사용 향방에 따라 현대제철이 ‘조커’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5.66%를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 부자 지분율이 높아지는 동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이날 현대모비스 시가총액 23조6059억원 기준 1조3360억원 가치를 지닌다. 정 회장 부자가 이번에 현대글로비스 매각을 통해 마련한 1조1500억원에 정 부회장이 지난해 이노션을 매각해 얻은 3000억원 등을 합치면 1조4500억원에 이른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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