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소재 전용면적 145㎡ 빌라를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30만원에 임대해준 50대 김 모씨는 불면증이 생겼다. 고정적인 월세 수입을 기대하고 대출받아 빌라를 구입해 매달 이자비용이 200만원 발생하지만 세입자가 1년 넘게 월세를 미납해서다. 외제차 BMW를 타며 해외여행까지 자주 다니는 돈 많은 세입자는 월세를 네 번만 내고 버티고 있지만 월세 독촉도 맘 편히 할 수 없다. 밤 9시 이후에 전화했다가 사생활 침해로 세입자로부터 고소당할 뻔해서다.
월세를 미납하는 세입자로 속앓이를 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김씨처럼 안정적인 월세를 기대하고 대출을 받아 임대업을 하는 집주인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세입자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명도소송밖에 없어 임대업이 활성화되려면 집주인을 보호해주는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명도소송은 세입자 등이 월세를 지속적으로 미납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나가지 않아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을 넘겨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명도소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2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건물명도·철거 1심 소송은 3만3396건이었으나 2013년 3만4772건으로 늘어났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판사는 “보증금이 많이 남아 있을 경우 임대료 청구에 관한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명도소송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명도소송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창구지만 명도소송을 꺼리는 집주인들도 많다. 소송기간이 최소 6개월인 데다 설사 승소해도 집주인이 밀린 집세 등을 받으려면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임대주택관리업체들도 악덕 세입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임대주택관리업체 관계자는 “월세 미납으로 속을 썩이는 가구 비중이 전체 관리 가구 중 10%”라며 “집주인이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고의적으로 월세를 미납하는 세입자가 있어도 해결방안이 없어 삼성 같은 대기업이 임대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에 나섰지만 집주인 보호 장치가 없으면 한계”라고 지적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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