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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월 25일(13:5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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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자금조달 시장에서 업계 '맏형' 면모를 과시했다.
회사를 둘러싼 악재들을 이겨내고 단기물은 물론 장기물 회사채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업계 1위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2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전일 3년물 1800억원, 5년물 500억원, 7년물 700억원으로 나눠 총 30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 흥행'이었다. 모집금액의 2배에 육박하는 5700억원 규모 기관 청약금이 수요예측에 몰렸다.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3년물 단기물에 다수 자금을 청약했지만 5년물과 7년물 등 장기물에도 '사자' 주문을 냈다. 3년물 청약에 모집금액의 2배 이상인 4100억원이 몰렸고, 5년과 7년물도 각각 900억원과 700억원이 청약을 신청했다.
풍부한 투자수요 덕에 현대중공업은 예정한 금액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조달한 자금으로 오는 3월과 4월 만기인 금융기관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수요예측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미래 손실을 미리 반영한 장부상 손실(대손비용)이라는 점에서 기관들은 현대중공업 이익 규모가 앞으로 커질 수 있다고 평가한 것 같다"며 "5년물뿐만 아니라 7년물에도 수요가 들어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원 가량 영업손실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회사채 흥행 여부에 채권시장 전문가들 이목이 쏠렸다.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최근 대규모 적자뿐만 아니라 다수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중공업 신용등급을 기존 AA+급에서 AA급으로 한 단계 강등했고, 최근 회사채 발행에 앞서서는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전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향후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달 초에는 경쟁회사인 삼성중공업이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장기물 회사채 발행에 실패했다. 조선업에 대한 장기 불확실성이 커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는데, 5년물에 청약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3년물만 발행했다.
현대중공업도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단기물은 성공하겠지만, 장기물 채권은 미달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장기물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 세계 최대 조선사 자존심을 내걸었다. 오히려 다른 AA급 회사채보다 금리를 높게 쳐주고서라도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애초 회사채 발행일을 지난 17일로 잡았으나 2월 금융통화위원회와 날짜가 겹치게 되자 발행일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금통위와 회사채 발행 일정이 겹치면 기관들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끝난 이후 불확실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자금조달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현대중공업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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