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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가총액 20대 기업 사외이사가 평균적으로 받은 연봉은 6727만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9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8800만원) 삼성생명(8062만원) SK텔레콤(8005만원) 기아차(8000만원) 순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거수기에 불과했다. 기업당 5~9명 정도의 사외이사가 매년 10회 안팎의 이사회에 참석해 매회 3건 정도의 의안을 다뤘지만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는 대가로 한 번 참석할 때마다 700만원 가까이 받은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월 24일부터 11월 26일까지 7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이인호 이사, 김은미 이사가 각각 1회와 3회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면 5명의 사외이사는 총 26건의 의안에 대해 100%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이사회 의안 찬성률이 높게 나오는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한 대학교수는 "이사회 참석 전에 기업이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100% 가까운 찬성률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미국 기업 이사회에서는 100%에 가까운 찬성은 보기 드물다"며 "이사회 결의로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외이사에게 하는 일 없이 많은 보수를 안겨주다 보니 제대로 경영권을 견제할 사람이 아니라 '용돈'이 필요한 전직 관료나 대학교수들이 주로 사외이사에 선임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 분석업체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에서 최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 중 38.9%는 대학교수 출신이었고 권력기관 출신은 33.3%였다. 이원일 제브라자문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내 매출 20대 기업 사외이사는 약 82%가 기업인"이라며 "교수·관료 위주의 한국 사외이사 구성 양상과 판이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외이사 이사회 참석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이사회 참석률이 공시되기 시작하면서 이사회 불참에 따른 부담감이 커진 데다 영상회의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참석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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