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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0%(12.23포인트) 오른 2059.26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지난 2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205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5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19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06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2050선을 넘어 2011년 이후 4년째 갇힌 박스권(1800~2100)탈출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하지만 2100선을 넘기 위해서는 투신권의 순매도세가 진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신권은 2월 말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0.6% 상승해 2060선에 육박한 8일에도 투신권은 100억원 이상을 팔았다. 거래일 기준으로 이날까지 30일 연속 매도 우위다. 이 기간에 투신권이 순매도한 금액만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연초를 기준으로 하면 투신권이 내다판 자금 규모는 3조원을 넘는다.
투신권이 이렇듯 연일 매도 물량을 내놓는 것은 코스피가 오르면서 펀드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 이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나흘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에 빠져나간 자금만 3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달 17일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선 이후 펀드 환매에 속도가 붙으며 18일부터 9거래일간 자금 순유출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지난 6일까지 공모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펀드 환매 러시는 투자자들이 코스피 2000~2050을 '환매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권인 1800~2100에서 증시가 시원하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다 보니 투자자들은 지수가 박스권 하단에 왔다고 인식하면 자금을 넣고, 반대로 상단에 다가가면 반사적으로 돈을 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환매 러시는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까지 오르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와 해외 펀드로 갈아타기 등이 맞물리면서 어김없이 나타났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구간별 펀드 매물벽을 살펴보면 환매 물량이 많이 나오는 구간이 2000~2050선으로 해당 구간에서 출회된 환매액은 9조2000억원 정도"라며 "매물이 쏟아졌던 2050선이 단기적으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펀드 환매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본부장은 "지금의 펀드 환매 추세는 경험적으로 2011년 이후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되다가 지수가 2000선 밑으로 조정을 받으면 다시 펀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최근 코스피가 고점이던 2010년 전후에 가입된 3년 혹은 5년 상품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적립식 펀드의 환매세가 가속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판매채널들도 그동안 코스피가 2000선 아래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손실을 입었던 고객들에게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도록 2050선 언저리에서 환매를 권유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
다만 환매 물량 잔액이 대부분 소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매 공세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펀드 환매 추이를 보면 2050 전후 환매 물량이 거의 소화되고 코스피 추가 상승을 보고 새로 유입되는 물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50을 넘어서면 4월 안에 박스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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