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200대 기업이 회계감사를 받은 시간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감사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분한 감사보수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자 감사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법인들이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각 상장사 사업보고서와 회계법인 업계에 따르면 시총 200대 기업이 회계감사를 받은 시간은 지난해 100만1520시간으로 전년(100만5761시간)보다 4241시간 줄어들었다. 한 기업당 21시간씩 감소한 셈이다.
감사 시간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효성이다. 2013년 2만1298시간을 투입했지만 2014년 감사 시간은 6830시간으로 무려 1만4468시간(67.9%)이 줄어들었다. 효성 측은 "2013년은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발견된 회계 오류를 수정하고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느라 다른 해보다 감사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서 "2014년 감사 시간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감사 시간이 2013년 1만7796시간에서 2014년 1만4019시간으로 21.2%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회계법인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 시간을 줄인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자산 규모 100대 기업 기준 시간당 감사보수가 2013년 8만원에서 2014년 8만1000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근거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 관계자는 "2013년까지 감사보고서 주석을 감사인이 작성해주는 사례가 많았는데 2014년부터 외감법 개정으로 주석을 회사가 작성함에 따라 감사인의 투입 시간이 다소 감소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4대 회계법인 내에서도 회계감사 시간 변화 양상은 다소 엇갈렸다. 삼일은 38만5955시간에서 35만8939시간으로 2만9216시간(7.6%) 줄었고, 삼정은 27만4470시간에서 26만7244시간으로 7226시간(2.6%) 감소했다. 반면 안진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 감사 시간은 각각
시총 200대 기업을 회계감사하는 대가로 4대 회계법인이 받은 시간당 감사보수는 삼일(8만4000원) 안진(8만원) 삼정(7만7000원) 한영(6만8000원) 순으로 많았다.
시총 200대 기업은 대부분 4대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고 있다. 삼일(58개) 삼정(48개) 안진(47개) 한영(36개) 순이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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