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중 부동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볼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100조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고객예탁금이 21조원을 돌파하면서 증시로 돈이 몰리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고객예탁금은 전날 대비 9077억원 늘어난 21조1289억원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이 21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1년 10월 24일 이후 3년 6개월만에 처음이다.
고객예탁금은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증권사에 맡겨놓은 돈으로 이미 주식시장으로 진입한 자금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16조 6144억원에 불과했으나 약 4개월만에 4조원 가량 늘었다. 특히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고객예탁금은 ‘박스피(1800~2100)’ 탈출 기대감이 커진 4월 들어 증가세가 빨라져 지난 14일에는 3년 2개월만에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증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에 신용융자 잔고 추이 역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7조 758억원을 기록, 2007년 6월 26일(7조 105억원) 이후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액의 증가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5조770억원 수준이던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들어 1조9000억원가량 급증했다.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다 보니 국내증시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4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 1000억원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40% 이상 거래대금이 늘었다. 지난 14일에는 거래대금이 13조 4321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10월 이후 3년 6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몰려드는 시중 자금 속에 코스피는 16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94%(19.94포인트) 오른 2139.9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상승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2% 상승했고, 한국전력은 5%대 급등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소식에 정유주와 조선주 등이 좋은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저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필연적으로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인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면서 대형주까지 상승세에 동참하다 보니 시중 부동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몰려들고 있다”며 “그러나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만큼 빚을 내서 사거나 무작정 오르는 주식을 따라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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