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16일 건설공사 입찰에서 짬짜미를 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로 SK건설 회사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SK건설 수도권본부장 최모(55) 상무 등 담합에 참여한 4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7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드시 고발하도록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이후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다.
검찰에 따르면 SK건설은 2009년 12월 28일 한국농어촌공사가 공고한 ‘새만금 방수제 동진3공구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고 다른 회사들과 투찰가격을 미리 짠 혐의를 받고 있다.
입찰은 턴키(설계·시공 일괄)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찰 방지를 위해 들러리로 나선 대우건설은 일부러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B설계’를 제출해 설계점수를 낮췄다.
SK건설은 코오롱글로벌·금광기업과는 가격경쟁을 피하려고 공사금액의 99% 안팎에서 투찰가를 합의했다. 투찰 당일에는 직원들을 서로 상대 회사에 보내 약속한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지 감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SK건설은 이듬해 4월26일 계획대로 1천38억원에 공사를 따냈다. 공정위는 새만금 방수제 건설현장의 담합행위를 적발해 지난달 12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형사고발을 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공정위의 조사내용을 검토한 뒤 SK건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10일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을 발동했다. 검사가 기관 간 협조 차원에서 고발을 요청한 적은 있었지만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는 처음이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공정거래법에는 검찰총창의 고발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신설됐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대우건설과 금광기업의 당시 임원이 담합에 가담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4개 업체 전현직 임원들에게는 법정형이 징역 5년 이하로 공정거래법 위반(3년 이하)보다 처벌이 무거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임직원을 제외한 법인만 과징금이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아 건설현장 담합행위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임직원의 경우 회사의 지시나 업무의 일환이라도 원칙적으로 정식기소한 뒤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
검찰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도 입찰담합 같은 경성 카르텔의 경우 임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라며 “불관용 원칙에 따라 가담자를 적극 인지수사하고 약식기소는 지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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