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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견기업들 중 매출이 1조원 넘는 기업들이 지난 10년 동안 26개에서 90개로 3배 넘게 늘어났지만 상호출자제한 대상이 되는 대기업집단 중 매출 1조원 클럽은 98개에서 140개로 42개(4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상호출자제한으로 문어발 확장이 어려운 데다 일감 몰아주기 또한 규제 대상이 됐기 때문에 대기업집단 중 새롭게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업이 나타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상장사 수가 10년 새 85% 늘어난 것은 화장품·음식료 등 소비재 생산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내수시장은 침체됐지만 중국 내수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소비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년 동안 매출 1조원 상장사 수는 124개에서 230개로 106개 늘어났다. 이 중 경기소비재(33개)와 필수소비재(21개)의 증가분이 가장 컸다.
경기소비재 중에서는 에스엘, 화신, 평화정공 등 현대차 1차 협력사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2004년 3460억원 수준이던 화신 매출액은 2014년 1조3136억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늘었다. 에스엘의 매출액도 같은 기간 6713억원에서 1조3594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필수소비재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등 중국 관련 소비재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2009년 1조9404억원이던 아모레퍼시픽 매출액은 2014년 3조8740억원으로 5년 사이에 2배가량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이 무려 3배 넘게 증가하는 등 '중국 특수'를 누리면서 지난 5년 동안 매출액이 111% 향상됐다. 오리온도 초코파이 등 과자 제품이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5년 전보다 매출액이 9210억원 증가했다.
매출 1조원 기업들이 속한 업종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차, 삼성전자 등의 1차 협력사에서 개인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업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제약업종에서는 유한양행이, 가구업종에서는 한샘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 1조원 기업 수가 증가하긴 했지만 내실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매출액 1조원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1보다 작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2004년에는 124곳 중 14곳(11.3%)만이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았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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