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아파트단지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40)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위해 4년째 어린이적금을 붓고 있다. 많게는 월 10만원씩, 명절이면 세뱃돈조로 20만원까지 납입한 적금이 이제 2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박 씨 딸은 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이 적금을 해지하고 적립식 펀드 납입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 씨는 “입금할 때는 딸이 아내와 함께 은행을 직접 찾는다”며 “딸이 중학교에 올라가면 내가 갖고 있는 자사주 200주 중 100주를 증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어린이 예적금 잔액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 4곳의 만 13세 이하 어린이고객 예적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은행들의 어린이 예적금 잔액은 2012년말 2조419억원에서 지난해말 2조3606억원으로 15.6%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말까지 2년동안 어린이 계좌수는 300만4043건에서 304만7819건으로 1.5%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계좌당 평균 잔액 규모는 67만9717원에서 77만4521원으로 1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만 놓고보면 어린이 계좌수는 연간기준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3년말 310만5570건과 비교하면 1년새 5만7751건이 줄었다.
이처럼 어린이 계좌수가 줄어든 까닭은 저출산 여파로 어린이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2010학년도 329만9094명에서 지난해 272만8509명으로 50만명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재산이나 소득 면에서 여유가 있는 슈퍼리치 등 우량고객인 조부모, 부모가 장기투자가 가능하면서 많게는 5%까지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적용되는 어린이 적금을 통해 ‘내리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계좌당 잔액 규모는 늘어난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전체 어린이 계좌수가 121만7734건에서 110만447건으로 꾸준히 감소한 반면 예적금 잔액이 9064억원에서 1조7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계좌당 잔액은 74만원에서 91만5628원으로 23.7% 뛰어올랐다. 어린이 예적금 잔액이 1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계좌당 잔액도 100만원 고지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복리 효과로 기왕의 예치금이 불어난 것도 한몫했다.
저출산 장기화로 미래 고객 후보군이 감소하는 상황을 대
김연수 국민은행 수신상품부 팀장은 “주거래고객인 부모를 기반으로 ‘주거래 가족고객’을 형성한 후 부모고객이 등록한 자녀에게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며 “우량고객의 자녀가 성장하면서 또다른 우량고객으로 성장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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