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4%. 여기에 관련 업종에 일하는 종사자 223만명과 그 가족들까지 총 인구 중 5분의 1인 1000만여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업이 국내 경제에서 갖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최근 건설업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살릴 수 있는 ‘구원투수’로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충분한 자금과 의욕을 가진 민간사업자가 있어도 과도한 건축규제 탓에 중간에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국내에서 건물을 직접 지으려고 인허가 절차를 밟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건축규제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법보다 더 깐깐한 지방자치단체의 용적률 규제, 한번 서류를 제출하면 서너번 이상 추가로 보완하라는 공무원의 갑(甲)질로 잘 나가던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상황도 비일비재다.
문제는 지자체다. 조례를 통해 상위법보다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서울시의 경우 2종과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조례를 통해 각각 200% 이하, 250% 이하로 운용한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는 250% 이하, 300% 이하보다 50%포인트씩 낮은 것이다. 상위법에도 없는 규제를 조례에서 만들기도 한다. 서울 일반상업지역은 4대문 안의 경우 600%, 4대문 밖은 800% 이하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옥상옥’ 규제로 꼽힌다.
도시관리 측면에서 용적률 관리가 필요하다는게 서울시 입장이지만, 가용용지가 한정된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최소한 도심부는 고밀도 개발을 허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도심공간도 커졌는데 단순히 과거의 주거환경만을 고수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서울은 기본적으로 도심을, 특히 역세권은 고밀도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첩첩이 쌓인 인허가 절차로 만만찮은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 개발사업을 하려면 지구단위계획 및 각종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장 12개월, 여기에 건축 인허가 기간이 4~6개월 더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착공하기 전에 사전준비만 최고 1년6개월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인허가 사항에 대한 심사를 각 관청 부서마다 따로 찾아다니며 받아야하는 현재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부서별 합의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동시에 진행해 인허가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허가 결재라인을 단순화하고 처리기간을 명시하는 것은 물론, 건축 관련 공무원 재량권을 줄이고 심사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필요 이상의 재설계 등 인허가·금융비용이 생기고 그만큼 사업 무산 가능성도 커진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심의, 경관심의, 지구단위계획자문, 교통영향평가를 차례로 통과해야 건축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관련 법이 바뀌면 다시 설계를 해야 한다”며 “사업이 지연되면서 생기는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절차를 통폐합하고 간소화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개발행위로 지목이 바뀔 때 부과하는 개발부담금 같은 ‘철 지난 규제’도 문제다. 매매를 하지않아 실현된 이익이 없어도 무조건 지목이 변경되면 감정평가한 지가에 따라 생기는 ‘평가상 이익’에 대해 부과하고 있어 소득이 발생했을 때 과세한다는 일반적인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금은 개발을 장려해 내수경기를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할 시기임을 감안해 이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건축규제 완화가 가져오는 경제활성화 효과는 상당하다. 규제 탓에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던 땅이 개발되면 건설경기가 살아나 자재 등 납품업체와 시공사의 매출이 늘고, 인근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져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도시 및 건축규제 혁신 방안’을 내놓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쓸데없는 규제 철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추산으로는 건축규제 완화로 연간 5조7000억원의 신규투자유발효과가 생기고 국내 GDP 역시 연간 4조원 가량 늘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