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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히데오 SBI저축은행 대표(사진)는 21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에서 파트너를 섭외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공동 경영할 계획을 세웠다"며 "일본에서 오랫동안 쌓은 노하우를 한국 시장에서 발휘하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선임된 나카무라 대표가 한국에서 제휴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의사를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최근 방한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한국판 알리페이' 사업모델인 '코리안페이'를 한국 기업과 함께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선두를 다투는 핀테크 공룡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 시장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알리페이와 SBI금융그룹은 지급결제 부문과 인터넷 전문은행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핀테크 강자다. 8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있는 알리페이는 하루에 발생하는 결제건수가 평균 4500만건에 달한다. SBI금융그룹 소속 SBI스미신넷뱅크는 일본 최대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예금 잔액은 3조4000억엔(약 30조원)을 돌파했다. 계좌 수는 200만개를 넘겼다.
알리페이와 SBI금융그룹 모두 검증된 사업모델을 갖고 있어 한국에서 제휴 파트너를 찾는 대로 곧바로 파괴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특히 SBI가 설립할 인터넷 전문은행은 주택 분야 대출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주력 상품인 온라인 주택담보대출은 일본에서 최근 대출 잔액 2조엔(약 18조원)을 넘겼다.
SBI저축은행은 오는 7월 출시를 목표로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출 신청과 상담, 심사와 송금을 비롯한 모든 절차를 온라인(인터넷·전화)으로만 진행하는 국내 최초 서비스다. SBI금융그룹이 세울 한국 인터넷 전문은행이 '킬러 콘텐츠'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알리페이 역시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면 쌓아온 데이터와 노하우가 탄탄하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국 파트너만 만나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는 "선불충전 서비스 형태인 알리페이는 한국에서 후불 방식으로 외연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며 "1차적으로 한국 금융사와 관계를 맺고 2차로 서비스를 조기에 확산시킬 수 있는 스마트폰 업체 혹은 유통업체와 제휴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한국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미국 페이팔과 애플페이도 언제든 한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자칫 한국 핀테크가 사면초가에 빠질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가진 몇몇 금융사의 의사 타진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유력 주자인 다음카카오가 시중 은행을 두루 만나며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심층적인 대화가 오고 가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 분야 역시 뚜렷한 한계가 있다. 7월 오픈하는 삼성페이는 결제 수단이 갤럭시S6로 한정돼 조기에 전 국민이 서비스를 쓰기에는 무리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한국이 규제에 막혀 산업을 키우지 못하는 가운데 알리페이를 비롯한 글로벌 핀테크 업체의 한국 공습은 미리 예견됐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정지성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