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부터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권, 주식예탁증서(DR),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수익증권이 대상이다. 코넥스 시장은 현행 ±15%가 유지되고 파생상품시장은 상품별로 ±10∼30%인 가격제한폭이 3단계에 걸쳐 ±8∼60%로 확대된다.
유가증권시장 가격제한폭 확대는 1998년 12월 ±12%에서 ±15%로 늘어난 뒤 7년 만이다. 코스닥시장은 2005년 3월 이후 10년 만에 확대되는 것이다. 그동안 가격제한폭 제도는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격변동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균형가격 형성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가짜 백수오 사태가 발생한 후 내츄럴엔도텍은 무려 13거래일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가격제한폭이 15%보다 컸다면 적정 주가를 빨리 찾아 사태가 신속하게 안정될 수도 있었다. 또 가격제한폭이 커지면 주가가 상하한가에 가까워질 수록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자석 효과’나, 전일 상한가 종목이 다음 거래일까지 급등한 후 원래 가격수준으로 돌아오는 ‘주가 과잉반응’ 현상 등이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위적으로 상한가를 만들어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한 뒤 다음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버리는 ‘상한가 굳히기’라든가, 부실징후 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사람이 하한가에 풀고 호재성 자료를 퍼뜨려 투자자를 유인한 뒤 주식을 처분하는 ‘하한가 풀기’ 등의 불공정 거래행위도 감소될 것으로 거래소는 기대했다.
하지만 재료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빨라져 하루에 최대 60%의 수익을 거두거나 반대로 반토막 날 수 있는 위험도 커지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한다.
거래소는 이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격안정화 장치들을 마련했다. 개별종목 차원에선 직전 단일가격을 기준으로 10% 이상 가격이 급변하면 2분간 냉각기간을 부여한다. 시장 전체차원에서는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 제도를 강화한다. 지수가 10% 하락하면 20분간 거래가 중단되던 것에서 지수 하락 단계별(8, 15, 20%)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것으로 바뀐다.
가격제한폭 확대는 주가 하락보다 주가 상승 쪽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한가를 친 종목에 대해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품고 매수 행렬에 가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혜종목으로는 증권주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중소형주가 꼽힌다. 실적에 기반한 옥석가리기를 통한 종목 선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주의 경우 1998년 가격제한폭 확대 발표와 시행 시점에 시장대비 각각 23%포인트, 17.7%포인트로 시장 수익률을 압도한 바 있다. 특히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투자자들의 시장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가격제한폭을 15%로 확대하자 6개월간 하루평균 코스피는 1억주에서 2억 3000만주로, 코스닥은 3억6000만주에서 5억7000만주로 거래량이 늘어났다.
중소형주는 투자자들이 더욱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대중소형주의 상하한가 비중을 분석해보면 소형주 비중이 90.5%로 압도적이다. 중소형주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이들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중소형주 펀드 시장도 커질 수 있다. 가격상승폭이 두배로 늘어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두배가 되기 때문이다.
김용구 연구원은 “다만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중소형주 펀드와 함께 간접투자상품 전체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가격제한폭 확대로 지수형 ETF와 다른 주가연계증권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요소도 역시 소형주에 집중된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가 집중된 일부 코스닥 소형주의 낙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가 많은 종목일수록 주가 급락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후 한두 달 동안은 투자종목을 선택할 때 주가 급락 등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신용잔액이 지나치게 많거나 빠르게 증가하는 종목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다. 신용융자는 대상 주식의 주가가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추가 입금을 받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팔아치워 대출금을 회수하게 된다. 현행 신용용자 담보유지비율은 140% 이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코스닥 소형주 중 신용거래가 많은 일부 종목은 주가가 하락할 때 반대매매로 낙폭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행대로 상하한폭이 15%인 상황에서는 이틀간 하한가를 맞아 증권사들이 담보부족 발생일(D 데이)이 되면 2거래일 뒤(D+2일)에 반대매매를 실행하는데, 30%로 확대되면 하루만 하한가를 맞아도 담보부족으로 담보부족 발생 다음날(D+1일) 반대매매가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담보유지비율과 반대매매 수량 산정 기준을 다시 정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증권사별로 확정될 반대매매 조건을 유심히 살펴봐야한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유지비율은 140% 현행대로 유지하되 종목별 비중을 재조정하고 반대매매 기간도 단축 될 것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가격제한폭 확대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는 아무래도 숙련된 기관투자자보다 정보도 늦고 위험이 더 큰
공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는 개인투자자의 종목별 위험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예전과 같이 신용거래한다면 위험성은 더욱 커지니 안전선호 투자자라면 전문인력이 운용하는 인덱스 관련 펀드나 ETF, 중소형주 전문펀드, 롱숏 상품 등 간접투자 상품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전병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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