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매일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팩트셋(FactSet)과 일본 IR컨설팅사인 피난텍(Finantech)에 의뢰해 지난 5일 기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 현황을 파악한 결과 삼성물산 지분을 0.1% 이상 보유한 주주는 총 25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14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삼성SDI 및 특수관계인 4곳, 국내 기타기관(자산운용사·보험사)이 4곳, 국민연금·일성신약·자사주(우리사주조합 포함) 등이 각 1곳씩이다.
외국계 주요 주주 중 합병비율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7.12%)에 이어 블랙록(2.04%) 디멘셔널(1.41%) 뱅가드(1.25%)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운용그룹(1.10%) 등이 지분을 1% 이상 보유 중이다. 외국계 14곳의 지분율 합계가 15.82%로 삼성물산의 전체 외국인 지분율 33.75%의 절반에 달했다. 엘리엇이 지난 4일 합병 반대 서한을 주요 주주들에게 보낸 가운데 이들 외국계 기관들이 얼마나 엘리엇에 동조하느냐가 합병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엘리엇을 제외한 다른 주요 외국계 주주들은 이번 합병에 어떤 입장을 보일까. 외국계 기관들은 개별 종목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철저히 '노코멘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이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본사에서 설정된 펀드 자금이어서 현재로선 정확한 입장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피델리티 관계자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주체는 북미지역 담당인 '피델리티매니지먼트'이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 투자를 담당하는 '피델리티월드와이드'에서는 합병 관련 입장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블랙록 관계자도 "뉴욕 본사에 질의해봤지만 의견 표명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엘리엇을 제외한 삼성물산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외국계 주주 가운데 '인덱스 펀드' 운용사가 많다는 점이다. 블랙록(아이셰어즈)이나 뱅가드 디멘셔널 등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운용사들이다. 인덱스 자금은 개별 종목보다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액티브 펀드만큼 개별 종목의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엘리엇이 외국계 주주들을 중심으로 이미 적잖은 기간 동안 사전 설득작업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해외 기관들이 이번 합병에서 반대편에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지분을 0.26% 보유한 네덜란드연기금(APG) 등 일부는 이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박유경 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삼성물산의 가치는 높은 데 반해 합병비율이 너무 낮다"며 "불공정한 합병 가격이 조정되지 않으면 합병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APG 이외에도 퀘백주립투자공사(캐나다),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CREF), 캐나다연기금(CPPIB), 스웨덴국가연금펀드(AP) 등 10개 해외 연기금이 삼성물산 지분을 각 0.1% 안팎 갖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의 향배에 중요한 또 하나 관건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 전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의견서다. 슈로더운용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기업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ISS에 조언을 구하고 이들의 리포트를 보고 결정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ISS 관계자는 "7월 초 삼성물산 합병 관련 ISS의 의견서를 발행한 뒤 주주총회 전에 기관투자가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아직 리포트를 준비 중이고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 가운데서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1.58%)을 비롯해 미래에셋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15개 기관이 삼성물산 지
[최재원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