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금융규제` 구두개입 없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규제 당국의 무분별한 '갑질' 마인드를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합리한 금융규제 뜯어고치기에 나섰다. 특히 금융감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이나 수수료에 대한 구두개입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숨어있는 그림자 규제도 대수술하기로 했고 옴부즈맨 기구를 만들어 불합리한 규제를 상시로 찾아내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15일 금융규제개혁추진회의에서 "현장점검반을 파견해 규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규제 당국 직원들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가 나한테까지 들린다"며 "명시적 규제뿐 아니라 직원들의 구두 개입을 비롯한 '그림자 규제'도 전수조사해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행정지도 현황을 분기마다 공지하고 그림자 규제에 해당하는 비공식적인 행정지도 관행은 없애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추진해왔지만 1년여가 돼 가도록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실무자가 현장 지도나 구두 지시를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갑'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위·금감원이 혼연일체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무관, 팀장 등 중간 간부급에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아직도 업계 자율적 결정 사항을 당국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며 "사후 보고로 대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업주의를 대폭 완화하고 네거티브 시스템을 확대하는 쪽으로 장기적인 규제 개혁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을 들은 임 위원장은 앞으로 금융규제 개혁을 철저히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연구원 중심으로 작업반을 구성하고, 모든 규제를 전수조사한 후 시장질서·소비자보호·건전성·영업행위 등 4가지로 유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점검반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규제를 개선하는 게 상향식 방식이라면 금융규제 유형화는 규제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하향식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시장질서·소비자보호·건전성 관련 규제는 국제적 기준에 맞춰 정교화하는 한편 수수료, 상품개발과 관련한 영업행위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해 금융업 경쟁 체제를 보다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수수료 같은 가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정치적인 여론에 떠밀려 결국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얼마나 달라질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위는 자체규제심사위원회에 금융규제 옴부즈맨을 추가하고 기존 규제를 개정할 때 일몰 설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금융 분야에 '규제비용총량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총량제는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다른 규제의 폐지·완화를 통해 규제비용총량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임 위원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에 발맞춰 금융회사에는 판에 박힌 영업 형태에서 탈피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보험슈퍼마켓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