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6월 1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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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2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신용등급이 업황 호전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적 변동성과 대규모 투자 부담에 발목을 잡힌데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항공 수요까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17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최근 각각 A-와 BBB+로 평가됐다. 한기평은 이번 정기평가에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지를 남겼다. 자칫하면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양사가 유가 하락과 화물 수요 회복세 등으로 인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하면서도 외부 변수에 취약한 수익구조에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항공산업은 원가구조상 유류비의 비중이 상당히 높고 외화자산 부채 규모가 크다”며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어 유가, 환율, 금리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차입금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2015년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총 차입금은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또 항공기 신규 도입과 호텔 재건축 등 사업 다각화도 병행하고 있어 당분간 재무부담 완화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나이스신평은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지만 실적 변동성이 높고 항공기 투자 부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영업활동을 통한 재무부담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계열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자금대여와 유상증자 등으로 한진해운에 6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지난해말 한진해운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신용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가 급등에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며 인해 수요 위축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발병 초기 예상과는 달리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메르스로 인한 수요 위축과 함께 그동안 호황을 보였던 단거리 여객과 화물 업황이 정점을 지나가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로부터 받는 충격이 사스(SARS) 발생 당시 충격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항공업에 대한 투자 판단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