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지수 상승에 힘입어 올 상반기부터 줄기차게 오르고 있지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보유한 증권사 임원들의 명암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스톡옵션으로 수십억원대의 평가차익을 보는 경우가 있는 반면 지금보다 증권주가 더 잘 나갔던 시기에 스톡옵션을 받은 증권사 임원들은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한 상황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2개 상장 증권사 가운데 현재 스톡옵션의 행사기간이 남아있는 곳은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총 5곳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은 스톡옵션 대박이 기대되는 곳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 한해 주가가 78.1%나 올랐고 키움증권도 주가가 63.6%나 뛰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3월 말 최희문 대표에게 290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행사가격은 4710원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은 7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최 대표의 경우 코스피 시장에서 7000원에 거래되는 자사주를 회사로부터 4710원에, 총 290만주까지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 대표의 현재가 기준 스톡옵션 평가 차익은 무려 66억원에 달한다. 당초 회사측이 스톡옵션을 지급할 때 산정한 스톡옵션의 가치는 주당 1109원, 총 32억원이었다. 다만 스톡옵션이 지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다. 최 대표의 행사 기간은 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근무한 김영균 전 감사는 아직도 스톡옵션 5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총 10만주를 받았는데 5만주가 미행사 수량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가 1000원 안팎이던 시절 지급된 스톡옵션이어서 행사가가 1310원에 불과하다. 당장 스톡옵션을 행사해 장내에서 내다팔 경우 2억8400만원의 차익을 낼 수 있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도 키움증권 주가가 4만원선이던 지난 2009년 15만8944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지난 2011년부터 행사가 가능했지만 15만8944주가 전량 미행사된 채 남아있다. 현재 키움증권의 주가는 7만5000선으로 당시보다 2배 가량 올랐다. 권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가는 5만2273원으로 평가차익은 37억원이다. 행사 가능 기간은 내년 5월 28일까지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2년 지급한 스톡옵션 행사 가능 기간이 이달 5일 시작됐다. 조웅기·변재상 공동 대표 등 임원 19명에게 23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행사가는 5만5000원, 현주가는 5만3200원이다. 장내에서 5만3200원에 살 수 있는 주식을 굳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5만5000원에 매입할 필요가 없다. 현재로선 스톡옵션이 아무 의미 없는 셈이다.
스톡옵션이 지급된 지난 2012년 6월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가 3만원에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5만5000원의 행사가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최고 경영진은 행사가 7만원짜리 스톡옵션도 받았다. 조웅기 사장은 총 9만주를 받았는데 4만5000주는 행사가가 5만5000원, 나머지 4만5000주는 행사가가 7만원이다. 변재상 사장도 총 7만주 가운데 절반은 행사가가 5만5000원, 나머지는 7만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지난 2009년 9월 이후6년여 동안 7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
유진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의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7월 직원 47명에게 총 36만1100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이 직원들은 많게는 1만2000주에서 적게는 2500주까지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 스톡옵션의 행사가는 6853원이다.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3470원으로 행사가의 절반 수준이다. 스톡옵션 지급 당시 KTB투자증권의 주가는 7000원 안팎으로 6853원 정도는 무난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회사의 주가는 그 기간 반토막이 났다.
이 스톡옵션의 행사 기간은 2010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다. 스톡옵션이 지급된 시점 이후 KTB투자증권의 주가는 6000원선도 넘어선 적이 없다. 당연히 스톡옵션 전량이 미행사 수량으로 남아있다.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들은 남은 2년 동안 회사 주가가 2배 이상 오르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유진투자증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진투자증권은 2006년 5월 67명의 임직원에게 총 264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이 스톡옵션은 행사기간이 내년 5월까지로 1년 가량 남아있다. 하지만 행사가가 무려 1만5950원이다. 현재 유진투자증권의 주가가 3635원 수준으로 이미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하려면 1년 동안 주가가 4배 이상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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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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