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하반기에 아파트 분양 쏟아낸다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가 하반기에만 아파트 분양물량을 12만 가구 이상 쏟아낸다. 상반기에 미뤄놨던 물량까지 하반기에 다 쏟아낼 예정이다. 아파트 청약시장에 훈풍이 돌면서 호기(好期)를 잡기 위해 연초 계획에 없던 단지까지 분양시장에 선보인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풀리면서 아파트 입주시기가 도래하는 2~3년 후에 가격이 하락하거나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28일 매일경제신문이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의 하반기 아파트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분양물량(5만6054가구)의 2배를 초과하는 12만613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10대 건설사가 실제로 공급했던 2014년(7만7247가구), 2013년(6만5149가구) 아파트 전체 분양물량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큰 규모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조사한 올 하반기 전체 분양물량(216개 단지·15만972가구)의 83% 가량을 10대 건설사가 공급하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상위 10대 건설사는 대한건설협회가 실시한 2014년 시공능력평가(도급 순위)를 기준으로 선정했으며 아파트와 함께 지어지지 않고 독립적으로 분양된 오피스텔은 합산에서 제외됐다.
건설사별로는 대림산업이 2만7445가구로 하반기에 분양물량을 가장 많이 쏟아낸다. 대림산업은 상반기에도 8213가구나 쏟아내 올해 전체 예정물량도 3만5658가구로 10대 건설사 중에서 가장 많았다. 오는 7월 부산사하2(935가구), 8월 평택 신흥(1348가구), 화성동탄2 A45(1526가구), 부산 초량(746가구) 등 하반기에만 18개 단지를 공급한다.
GS건설이 2만605가구로 10대 건설사 중 두 번째로 하반기 분양물량이 많다. 평택 동삭2지구에 7월 선보이는 자이더익스프레스 1차(1849가구)를 비롯해 10월 반포 한양 재건축(606가구)과 서울 성동구 행당6구역 재개발(1034가구), 오산세교(1110가구) 등을 선보인다.
GS건설은 특히 2013년 3월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분양한 ‘신화명리버뷰자이’를 끝으로 약 3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부산에서 하반기에만 동래구 명륜4구역, 연제구 거제동 거제1구역 재개발 단지 등 3개 단지 총 2068가구를 분양한다. 앞서 지난 25일 실시한 해운대자이2차 1순위 청약 접수 마감에서는 340가구 모집에 총 12만369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63.8대 1로 올해 상반기 전국 최고 경쟁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10대 건설사 중 상반기 실제 분양물량이 1만4359가구로 2등 GS건설(9242가구)을 가볍게 제쳤지만 하반기에도 대규모 공급(1만6045가구)에 나선다. 7월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공급하는 안산 메트로타운 푸르지오힐스테이트(아파트 1600가구, 오피스텔 440실)를 시작으로 김포풍무 2차(2467가구), 9월 경주 현곡(964가구) 등이 새 주인을 맞는다.
포스코건설(1만4897가구), 현대건설(1만3576가구), 삼성물산(1만1168가구)도 하반기에만 1만 가구 이상 분양에 나선다. 롯데건설도 9233가구나 쏟아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대산업개발과 공동으로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9510가구)으로 하반기 분양시장을 공략한다.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은 다음달 초까지 조합원분양을 마치고 이르면 8월께 일반분양에 나선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청약시장에는 총 12만8259가구가 공급돼 지난해 같은 기간(9만3786가구)보다 3만4473가구 늘었다.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여기에 10대 건설사가 하반기에 물량폭탄을 쏟아내 하반기 전체 분양예정 물량이 15만972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정대로 다 공급되면 올해 약 28만가구가 분양된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연간 필요한 주택공급량이 35만가구 정도인데 분양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물량을 밀어내 올해 아파트 공급량이 넘쳐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 입주가 완료될 무렵에 매매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적잖다”고 말했다.
주택수요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입주 시기에 급매물도 나오기에 과도한 청약경쟁률·프리미엄(웃돈) 등에 휩쓸리지 말고 가격·입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 분양물량 중에 미사·동탄2·광교 등 수도권과 서울 반포·서초 재건축 단지 등은 눈여겨볼만하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PB센터 팀장도 “최근 분양시장 호조에 힘입어 분양가가 단기간에 높아진데다 아파트 공급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분양가 안정이 필요하다”며 “주변 시세에 비해 적정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수현 기자 /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