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알뜰한 전업주부인 아내 덕에 6억원짜리 아파트에 은행 지분은 없다. 딸은 출가했고 아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제대할 일만 남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형주 씨(가명·49)는 자신의 지난 50년을 모범생의 삶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남은 50년이다. 집 한 채 말고는 이렇다 할 은퇴준비를 해놓은 게 없기 때문이다. 아들의 남은 대학생활 2년치 등록금과 결혼비용 보조까지 생각하면 반(半)백년지대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씨를 상담한 공성율 KB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이 씨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은퇴 뒤에 어떤 삶을 꿈꾸는가. 둘째, 그 삶을 이루기 위해 은퇴 뒤 매달 얼마의 돈이 필요할 것인가. 셋째,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얼마를 저축 또는 투자해야 하는가.
이 씨는 은퇴 이후 1년에 한 번씩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도시에 살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주 모임을 갖고 취미인 등산을 즐기며 손자들 용돈까지 주면서 품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공 팀장은 “이 씨가 희망하는 생활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근 도시 전가구 월평균 기본 생활비를 감안했을 때 매월 300만원가량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감안해도 월 2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5년 이후 은퇴한다고 가정했을 때 은퇴 생활기간을 30년으로 줄여잡아도 은퇴 시점에 7억28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부터 은퇴 시점까지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을 각각 3%, 4%로 가정했을 때 얘기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씨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 매월 돈 받는 창구 만들어야
이 씨는 알뜰한 아내 덕에 다행히 빚은 없다. 6억원의 주택을 포함해 순자산은 7억원. 현금자산 1억원은 아들 대학 등록금과 결혼비용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마저도 홑벌이 부부인 이 씨 부부가 만 55~65세의 연금 공백기를 잘 견뎌냈을 때의 얘기다.
주택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매월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모자란 생활비를 충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 팀장은 이 방식을 추천하지 않았다. 그는 “주택연금은 매년 집값 상승을 전제하고 설계됐기 때문에 향후 수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이율이 조정돼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 팀장의 결론은 금융자산의 비중 확대였다. 노후생활비의 80% 정도는 연금상품 등 금융소득에서 안정적으로 생길 수 있도록 소득원을 다양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씨의 세후 소득은 월 700만원 정도. 고정지출인 보험료를 제외한 저축액 월 100만원은 월 소득의 14%에 불과하다.
공 팀장은 “40~50대의 경우 소비가 많은 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월평균 소득의 30% 이상은 저축해야 정상적인 은퇴 준비가 가능하다”며 “현재의 지출에서 100만원 정도는 줄여서 이를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투자)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금보험으로 소득공제+저축
이 씨는 월 저축액을 모두 유동성 확보가 운영목적인 MMF(Money Market Fund·수시입출금식 초단기공사채형상품)에 일단 입금한 이후 목돈이 모이면 정기예금이나 펀드 등 거치식 상품에 가입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의 저축은 자녀 결혼이나 본인 은퇴 준비 등 목적에 따른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별 상품구성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 MMF 잔액은 비상예비금으로 월평균 소득의 3개월치만 유지한 채 나머지 월 저축액은 자금용도별로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 씨의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해봤다.
먼저 생활비 감축분 100만원을 포함한 월 저축액 200만원을 은퇴비용 마련에 투입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은행 적금상품에 75만원, 투자기간을 3~5년으로 잡는 적립식 펀드에 100만원을 배분하자. 나머지 25만원은 세제적격 연금보험에 납입함으
공 팀장은 “적립식 펀드는 가격변동 위험이 있긴 하나 5년 정도의 투자기간이면 위험을 충분이 낮출 수 있다”며 “한 가지 상품에만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국내 주식형펀드, 글로벌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등 투자대상을 다양화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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