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7일 문을 연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약 7개월 만에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하면서 안착하고 있다. 상품을 내놓은 증권사는 7곳, 상장종목수도 벌써 36개나 된다.
국내 ETN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TRUE’ 브랜드를 내건 ETN 5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의 합계는 50억 6700만원으로 이날 전체 ETN 거래대금 73억4800만원의 69%를 차지했다. 현재 상장된 36개 ETN 가운데 거래량이 많은 상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한국증권이 ETN이 독차지하고 있다.
초반 ETN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주역은 김성락 투자금융본부장(상무)이다. 김 상무는 지난 2000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절부터 도이치를 거쳐 현재까지 만 15년째 구조화상품을 다루고 있는 이 부문 최고 전문가다. 그는 현재 한투에서 ELS와 ETN 등 구조화상품 트레이딩과 세일즈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 상무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금융공학을 활용해 저금리를 극복할 수 있는 상품을 ETN으로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한국증권 ETN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한국증권은 ‘선물매수-콜매도’ 전략, ‘선물매도-풋매도’ 전략과 같이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설계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상황과 큰 상관 없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ETN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실제 매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김 상무는 “과거와 같이 고성장·고금리 국면에서는 예금에 넣거나 주식에 투자해 쉽게 자산을 증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ETN을 활용한 능동적 자산배분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과 학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TN은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가격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일반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다.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고 상장된 상품이란 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유사하지만 ETN의 발행주체가 자산운용사인데 반해 ETN은 증권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슷한 구조의 ETF와 ETN이 경쟁관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현재 출시돼 있는 ETF와 중복된 상품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직접 경쟁보다는 상호보완으로 시장 자체가 함께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ETN의 경우 기초지수와의 괴리(트레킹에러)가 없고 운용보수 이외 유동성공급자(LP)의 별도 수수료가 없어 비용 측면에서 좀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는 3~4개 정도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우선 3일에는 ‘TRUE 인버스 차이나 H ETN(H)’를 상장한다. 이 상품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HSCEI 지수의 일간 등락률의 마이너스 1배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김 상무는 이 상품에 대해 “최근
한국증권은 국내 3년물 국고채 금리가 1%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약 3%대 수익률이 가능한 중국의 다양한 채권들로 구성된 ETN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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