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소식이 증권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거래소가 지주사 전환 후 기업공개(IPO)까지 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거래소 지분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상장 차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교차매매 활성화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르면 내년에 지주회사 및 상장사 체제로 전환한다. 가칭 ‘한국거래소지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아래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등 시장이 각각 자회사로 독립하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지주는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쏠쏠한 상장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래소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우리투자증권(4.6%)과 NH농협증권(2.9%) 간 합병으로 지난해 말 출범한 NH투자증권은 거래소 지분 보유한도 5%를 초과한 7.5%를 갖고 있다.
이밖에 아이엠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이 5.83%, 한화증권은 과거 푸르덴셜투자증권과의 합병으로 5.0%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유안타증권 3.46%, 케이비투자증권 3.29% 등 주요 증권사들이 3~7%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거래소의 주당 가치가 13만~14만원 정도로 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은 평균 1000억원 안팎의 수익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경우 수수료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사실상 독과점적인 경쟁 구도와 높은 배당성향으로 향후 지분 가치가 상승할 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이에 따라 지분율이 높을수록 더 큰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거래소의 기업공개가 이뤄질 경우 지분가치가 상승하면서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여력이 확대되고, 기관 영업에서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커질 것”이라며 “특히 NH투자증권의 경우 레버리지와 자본활용도가 높은 상황에서 거래소 지분이 많아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가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증권사들의 상장 차익 환수 규모와 공익재단 설립 등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가져갈 금액은 당초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거래소의 상장은 중장기적으로 금융투자산업의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거래소가 시장에 공개되면 주주이익 감시기능이 자연스레 확보돼 성장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의 장내 거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의 상장과 거래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업계에서는 상장을 계기로 교차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역내 교차거래에 전력을 기울이는데다가 국내에서도 지난해 이미 홍콩거래소와 상하이거래소 사이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출범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3년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를 지주회사 형태로 통합한 동시에 상장해 싱가포르, 대만과의 교차거래를 추진 중이다.
교차거래가 확대될 경우 국내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직접 투자 거래비용이 줄고 투자대상이 다양해지면서 해외 투자 매력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강점이 있는 키움증권과 고객기반이 넓고 후강퉁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증권이 수혜주로 꼽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 상장은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글로벌 거래소 네트워크 참여와 교차상장, 공동상품개발·투자, 해외 상품 투자기회 제공 등이 가능해져 금융투자산업이 성장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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