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됨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를 끼우는데 성공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하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위상을 갖춰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합병 성사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는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이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 16.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각각 5.5%의 지분을 갖게 된다.
향후 통합 삼성물산이 자리잡으면 오너 3세가 가진 삼성SDS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 핵심기업인 삼성전자 지분 4.1%가 대주주가 지배하는 통합 삼성물산이 보유하게 됐다. 현재 삼성 오너일가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4.7%다. 삼성생명(7.5%) 삼성화재(1.3%) 지분을 고려할 때 삼성그룹 오너와 계열사들은 17%가 넘는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3.4%다. 만약의 경우 50%의 상속세를 삼성전자 주식으로 물납한다고 가정하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1.7% 포인트 줄어들게 된다. 강성부 LK투자자문 대표는 “오너 3세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활용하면 상속세로 감소하는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상장할 때부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실탄’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중요성이 높지 않지만 오너 3세가 무려 19.05%의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무사히 합병절차를 밟게 됨에 따라 대주주가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방안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오너 3세가 가진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에 현물출자하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가 오너 3세가 보유한 삼성SDS 주식을 매입할 수도 있으며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할 수도 있다. 삼성SDS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2.9% 미만이라면 주총 결의 없이 양사 이사회 승인만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소규모 합병’이 가능하다. 17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총은 약 189조4000억원, 삼성SDS 시총은 21조60
어떤 경우이든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종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체제 전환이 될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 3세가 보다 확고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려면 지주사체제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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