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소송戰 주가는 어질어질

중소형 상장사들이 '경영권 분쟁'을 표방한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보루네오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15일 개인주주 윤만성 씨가 처음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이틀간 68.65% 치솟더니, 이달 16일 소송이 취하됐다는 소식에 이틀간 장중 12% 미끄러진 것이다.
지난 21일에는 불과 3거래일 만에 새로운 소송이 다시 접수됐다는 공시에 주가가 저점에서 또 이틀 새 39% 급등했다.
보루네오를 상대로 접수된 이번 소송은 현 경영진을 해임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첫 소송을 제기했던 당사자이자 임시주총 의장으로 추천받은 개인주주 윤만성 씨가 지난해 말 기준 주식을 단 '2주'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주가는 이미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막상 해당 주주가 얼마나 지분을 가지고 어떤 경위로 소송을 신청했는지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실제로 지난달 윤씨가 신청한 주총무효소송의 경우 형식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총이 열린 지 2개월 안에 효력정지를 신청해야 하는데, 마지막 주총일 3월 27일로부터 두 달이 흘러 제소기간이 경과한 것이다. 이번 소가 취하된 것도 법원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는 이미 뛴 뒤였다.
보루네오 관계자는 "주총무효소송을 '경영권 분쟁 소송'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공시 양식을 준수했을 뿐, 주식 2주를 가진 개인이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서 경영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며 "4년간 최대주주가 6차례 바뀌는 등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업체 비츠로시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고발 조치를 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는 소식에 지난 9일 주가는 장중 16.2%에 달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들 주주는 비츠로시스가 지난해 유상증자로 135억원을 조달한 것이 주주이익을 훼손했다며 "주가를 부양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들 주주가 지난해 10월 무상증자와 유상증자 당시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앞서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도 일부 수용해 지난 3일 장우석 대표가 장중 5만3000주를 매수했는데도 △경영진 교체 △회계장부 열람 △계열사 구조조정 등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이 모두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코스닥업체 피에스엠씨의 경우 이미 지분상으로는 최대주주에 올라선 리차드앤컴퍼니 측이 현 경영진을 고발한 사례다. 경영진이 회계장부를 넘기지 않고 버티자 이번주나 다음주 이사 해임안을 포함한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리차드앤컴퍼니는 지난 5월 컴퓨터 백신업체인 하우리와 손잡고 피에스엠씨 지분 16.98%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한 데 이어 이달 지분을 27.36%까지 끌어올렸다. 온영두 리차드앤컴퍼니 대표는 "원래는 경영권 확보보다는 단순 투자가 목적이었는데 불투명한 경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며 "공시만으로는 경영진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했는지 재무현황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경영 참여를 선언한 3대주주 양대식 씨(지분 7.61%)도 단기매매차익 등을 취득해 구설에 올랐던 임원진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임안을 포함한 임시주총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으나 회사 측이 거절하면서 현재 본격적인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