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주가 많아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상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역 일대. |
최근 정부는 노후건축물 리뉴얼을 활성화하겠다며 결합건축제를 포함한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 상가를 개별분양했던 노후 상가는 동의율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제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부가 '알박기'를 시도하거나, 더 좋은 자리를 분양받기 위한 수분양자들의 자리싸움이 벌어지면 아무리 지분을 많이 가진 소유주라 해도 속수무책이다.
이 같은 일이 왜 발생하는 걸까.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여러 명이 구분소유하고 있는 상가건물은 '집합건물'로 분류돼 별도법(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은 상가 재건축의 필수요건으로 '구분소유자의 5분의 4(80%) 이상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의 결의'를 요구한다. A씨가 재건축을 추진하려다 발목을 잡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의결권 요건은 A씨가 가진 대지지분 95%만으로도 충족되지만 구분소유자 요건이 문제다. 이 상가의 구분소유자는 A씨를 비롯해 '알박기' 중인 1층의 수분양자 2명까지 합해 총 3명이다. 이 중 1명(A씨)만 재건축에 찬성하는 만큼 결의율은 33%에 그친다.
법무법인 자연수의 이현성 변호사는 "재건축 반대자를 상대로 매도청구를 하려고 해도 일단 '결의율 80%'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결국 반대파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자기가 가진 지분을 쪼개 가족 등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찬성자 숫자를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어느 경우든 비용부담이 큰 만큼 쉽사리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분을 사려면 웃돈을 줄 수밖에 없고, 가족에게 지분 일부를 양도하려고 해도 증여세와 취·등록세를 내야 한다.
상가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대지 소유 지분과 수분양자의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분양가가 비싼 1층은 여러 개로 나눠서 분양하는 반면 분양가격이 싼 2층 이상 위층은 한 개층을 통째로 개별 사업자가 분양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대지지분은 분양자 1~2명에게 집중되지만 수분양자 수 자체는 지분과 상관없이 많아진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여의도나 일부 전통시장에 딸려 있는 노후 상가의 경우 소유주만 100명이 넘는 곳도 적잖다"며 "그만큼 개별 소유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좋은 '목'을 잡기 위한 상인들의 자리싸움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너무 빡빡한 상가 재건축 규정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집합건축법이 상가 재건축 때 요구하는 소유자·의결권 결의율(80%)은 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때 필요한 소유자 및 토지면적 동의율(75%)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상가시장 관계자는 "현행 법으로는 재건축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여주는 방안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낡은 상가는 용적률 인센티브가 없으면 1대1 재건축만 가능해 소유자들의 동의를 모으기 힘들다"며 "안 좋은 자리를 배정받은 소유자에게는 재건축으로 인해 추가로 생기는 면적을 제공하는 식으로 합의를 유도하면 정비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