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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가 판매 중인 '채무면제 유예상품'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이란 신용카드사가 수수료를 받고 회원에게 사망, 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대금을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만약 가입자가 사망하면 미납 카드대금 등 채무가 유족에게 상속되지 않는다. 가입자가 중증장애를 입는다면 카드사가 심사한 후 카드대금을 5000만원 한도까지 면제해준다. 소비자가 이 상품에 가입하면 신용카드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보험(클립보험)에 가입해 위험에 대비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상품이 불완전판매로 소비자들 피해가 많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사는 전화 상담 직원을 통해 소비자 가입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전화 상담 직원은 혜택만 강조하고 수수료 납부 부분은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이 서비스가 무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달 카드 결제액의 0.14~0.6%가량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수천 원의 소액이기 때문에 카드 명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기 어렵다. 소비자는 뒤늦게 이 상품이 무료가 아닌 점을 깨닫고 해지를 신청하지만 이미 납부한 수수료를 돌려받기 어렵다.
신용카드사들은 수년 동안 이 상품을 통해 수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25일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신금융협회에서 제출받은 '채무면제 유예상품 운영 현황'에 따르면 신한·KB·현대·삼성·롯데·BC·하나 등 국내 7개 카드사가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상품으로 총 7400억원 수익을 챙겼다. 신용카드사가 소비자에게 보험료 명목으로 받은 돈은 8990억원인데 이 중 소비자에게 실제 지급한 보상금은 872억원에 불과했다. 보상금 지급 수준이 10%에 불과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상품 가입자는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상품 가입자는 321만8000명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346만5000명으로 연초보다 25만1000명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이 상품을 손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사가 이 상품을 판매할 때 '전화판매 매뉴얼' 등을 도입해 불완전판매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또 과도하다고 지적되는 수수료 부분도 줄여 나가기로 했다. 당국은 신규 판매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무면제 유예상품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과도한 수수료와 불완전판매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금감원은 9월 채무면제 유예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8개 전업카드사를 점검하면서 상품 판매
금감원이 대대적인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하자 일부 신용카드사는 채무면제 유예상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한편 은행들도 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 판매를 사실상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