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에 실거래된 서울 전세 4채 가운데 1채의 보증금이 3억원대를 돌파했다. 전세금이 뛰고 가계의 월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거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전세 버블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6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올 상반기 거래된 전월세시장 거래자료 77만1000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3억원 이상 고가전세 거래비중이 2년전 15%에서 올 상반기에 24%로 껑충 뛰었다. 이번 조사는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연립·다가구주택·단독주택 등 모든 주택 유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보증금 규모별로는 △3억원 이상 24% △2억~3억원 미만 17% △1억~2억원 미만 29% △5000만원 미만 8% △5000만원~1억원 22%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도 3억원 이상 고가 전세 비중이 12%로 껑충 뛰었다.
지역별로는 3억원 이상 고가 전세 93%가 서울, 경기도에 집중됐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미래전략전담반장은 “올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전세 주택의 25%가 3억원 이상이라는 의미는 고액 전세의 문제가 더이상 강남 등 일부 부유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얘기”라며 “주거의 질적·양적 측면이 모두 악화되면서 고가전세가 전국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액 전세가 크게 늘어난 반면 전세보증금 1억원 미만의 저렴한 임대주택 거래는 크게 줄었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2년전만 해도 전세금 1억이하 주택의 거래 비중이 37%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30%로 줄어들었다.
전세물량이 감소하고 월세 거래가 늘면서 올 상반기 월세 거래 비중은 43.4%로 늘었다. 하지만 월세시장에서도 보증금 규모가 계속 상승하는 것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전체 월세 거래 가운데 보증금 1억원 이상인 월세 비중이 서울에서는 18%에 달했다. 경기 지역에서 1억원 이상 월세보증금 비중도 12%로 높았다. 박미선 박사는 “임대차계약이 보통 2년주기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 만료 이후 신규 계약시점에서의 임차가구의 보증금 상승 체감도는 매우 심각하다”며 “특히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층의 주거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준 도시근로자(4인 가족 기준) 월평균 소득이 473만원선으로 이 정도면 소득 상위 20%선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서울 전세 거래량의 24%가 3억원대가 넘었다는 것은 평균적인 도시 근로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전세나 보증부월세, 그리고 월세의 가격 기준이 3억원대가 됐다는 얘기다. 정상적으로 근로자가 한푼도 안 쓰고 돈을 모은다고 해도 6~7년씩 걸려야 내 집 마련은 커녕 겨우 서울 시내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 된 셈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의 지원자격과 수혜대상, 그리고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춰서 집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며 “뉴스테이와 행복주택 등 정부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역별 전월세시장을 보면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은 월세 거래가 강세를 띠는데 비해 세종·충청·경기 등 서북권은 전세거래가 많아 지역별 차이가 뚜렷하다. 부산·울산·경남은 월세 거래비중이 각각 59%, 54%, 52%로 절반을 넘었고 세종, 대전·경기, 충남·북은 오히려 전세 거래비중이 각각 67%, 62%, 61%로 훨씬 높았다.
최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의 실제 주거비 지출액은 월평균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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