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증시 폭락장세 속에서 ‘스팩 펀드’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은행예금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면서도 은행예금만큼 안정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공모로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금을 모아서 상장한다. 상장한지 3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하고 합병에 실패하면 원금에 연 2%에 가까운 이자를 얹어서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공모 스팩에 투자한 경우 적어도 은행예금 금리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기간 안에 합병에 성공하면 투자자들은 비상장이던 우량기업이 우회상장되면서 가격이 오른 스팩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스팩 펀드는 이러한 스팩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다. 주로 스팩 공모주에 투자하거나 상장된 후 비상장기업을 합병하기 전 단계에 있는 스팩에 투자한다. 지난 2014년 4월에 유경PSG가 국내 처음으로 스팩펀드(드림그로스SPAC사모증권투자신탁)를 출시한 이후 현재 40개의 스팩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스팩 펀드의 지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5%다. 6개월 수익률은 17.2%, 1년 수익률은 44.6%이다. 특히 가장 먼저 스팩 펀드 시장에 뛰어든 유경PSG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유경PSG스팩플러스사모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이 51.36%나 된다. 1년 수익률은 84.92%에 달한다.
최근에 출시한 스팩 펀드 중에서는 지난 5월 출시된 BNK운용의 펀드들의 수익률이 두드러진다. 이 운용사가 운용 중인 3개 펀드(GS스팩플러스사모증권투자신탁 1, 2, 3) 수익률은 모두 3%가 넘는다.
스팩 펀드의 성적은 다른 펀드 유형들과 비교해도 단연 돋보인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탓에 증시가 하락할 때 수익률이 좋아지는 리버스마켓 펀드의 1년 수익률이 18.1%로 좋았지만 스팩 펀드의 수익률은 44.6%로 리버스마켓 펀드 수익률의 두 배가 넘는다.
한동안 국내 증시에서 화두였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1년 수익률도 8.9%로 훨씬 낮았다. 신흥국에 비해 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한 미국과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4%에 불과했다.
스팩 펀드의 안정성은 출시한지 6개월 이상된 펀드 중에서 6개월 수익률과 1년 수익률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스팩 펀드도 출시한지 3개월 이상 경과된 32개 펀드 중에서 6개에 불과했다.
스팩 펀드 투자의 단점은 모두 사모펀드여서 소액 투자가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자의 수가 49인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최소투자금액이 대형 증권사 PB센터 기준으로 1억원, 중소형 증권사 기준으로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중도 환매가 어렵다. 불가피하게 환매해야 하는 경우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률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스팩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에는 배당소득세(15%)가 붙는다.
또한 공모 스팩과 달리 상장된 이후 투자한 스팩과 이러한 스팩에 주로 투자한 스팩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도 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폐지된 스팩펀드에서는 원금손실이 발생한 경우도 간혹 있었다. 공모주보다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가 형성된 스팩에 투자한 비율이 높았는데 해당 스팩들이 합병 상대를 찾지 못해 청산된다면 스팩 공모금액만 보전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팩 펀드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과거의 수익률을 누리기가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스팩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팩 공모주를 확보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공모 스팩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일이나 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는 물론 스팩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도 스팩 공모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팩 공모주에 투자하기 어려워지면 상장된 스팩에 투자해야 하는데 상장된 거의 모든 스팩이 공모가인 2000원을 넘기 때문에 그만큼 스팩 펀드 수익률이 나빠진다. 유경PSG 관계자는 “앞으로는 스팩 펀드에서 20%가 넘는 연 수익률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경PSG는 향후 10% 정도의 1년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팩 펀드가 많아지면 그만큼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은 운용사들도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은 스팩 펀드 출시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장항진 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1
심지어 유경PSG는 8월 출시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재형 유경PSG 펀드매니저는 “스팩 펀드 시장이 포화상태 가까워져 더이상의 출시를 자제해야 한다고 내부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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