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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시내에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일본인 소비자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세븐뱅크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븐뱅크] |
일본 세븐뱅크는 일본 전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깔아놓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만여 대가 핵심 사업모델이다. 집 앞 편의점에서 슬리퍼 차림으로 외국에 돈을 보내고 공과금을 낼 수 있는 '밀착영업'으로 일본 대형 은행 대비 2배 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일본 사례는 연내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한두 곳을 인가해 내년부터 서비스가 본격 시작될 한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케다 고지로 재팬넷뱅크 이사는 27일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막 탄생한 2000년 초반과 달리)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지금은 창사 첫해부터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준비된 업체가 나와야 한다"며 "5~6년간 적자를 보는 등 사업 초기 시행착오를 겪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서비스가 조기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전문가들은 '차별된 사업모델'이 서비스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 없던 신선한 발상으로 독특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사업 시작 단계부터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8년 9월 일본 유통업체 라쿠텐이 100% 자회사로 인수한 '라쿠텐뱅크'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 은행은 2000년 태어난 '이(e)뱅크'가 모체다. 지점 설립 비용을 아껴 온라인·인터넷 위주에서 금리 몇 푼을 더 주는 밋밋한 사업모델로 고전을 면치 못해 결국 도산 위기에까지 몰렸다.
라쿠텐이 인수하자마자 미운 오리가 백조로 변하는 스토리가 현실화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이치바'를 축으로 외국까지 아우르는 가입자 2억명 빅데이터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이메일 주소와 이름만 치면 송금이 끝나는 '이메일 머니(Mail Money)'를 비롯한 차별된 서비스가 쏟아졌다. 인수한 지 1년 반 만인 2010년 3월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본 세븐뱅크 사례도 깊숙이 들여다볼 만하다. 미국 웨스턴유니온과 손잡고 세계 200여 개국에 돈을 보내고 ATM에서 예금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쓰즈우라 다카시 세븐뱅크 부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바일에 특화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돈을 벌고 성장할 수 있다"며 "남들이 못하는 차별된 서비스 딱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여러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 대원칙은 "ICT가 주축이 된 혁신적 사업자 한두 곳에 시범사업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진상욱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이 확실하다면 꼭 숫자에 집착해 사업을 허가할 필요는 없다. 일정 점수를 넘으면 절대평가 방식으로 사업권을 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모리후지 사토시 재팬넷뱅크 기획팀장은 "일본에는 10곳에 육박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가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차별된 서비스가 있는 다수 사업자를 끌여들여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선순환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컨설팅회사 T플러스 박상순 전문위원은 "금융당국이 허가 기준으로 여러 산업을 통섭해 아우르는 '인터넷전문은행 생태계'를 얼마나 잘 구축했는지를 가장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겉으로
[도쿄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