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 만에 처음으로 ‘녹인(Knock-In; 원금손실구간 진입)’이 발생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이 홍콩H지수(HSCEI) 등 4개 지수에 극단적으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국가나 지역 리스크 발생에 대비해 ELS 투자 손실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수형 ELS 기초자산 다변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예탁결제원과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모 ELS 발행잔액 36조4385억원(기초자산 중복발행 감안시 79조3501억원) 가운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23조7191억원으로 29.9%, 유로스톡스50(Eurostoxx50) 기초자산 ELS가 23조3449억원으로 29.4%로 2개 지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ELS가 16조8911억원으로 21.3%, S&P500를 기초로 한 ELS가 15조2524억원으로 19.2%를 각각 차지했다. 상위 4개 지수가 전체 지수형 ELS 발행의 거의 대부분인 99.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4개 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지수형 ELS 기초자산인 일본 니케이225(1169억원), 코스피200레버리지(145억원), 중국 A50(61억원), 독일 DAX(25억원), 영국FTSE100(25억원), 중국 CSI300(1억원) 등을 모두 합해도 발행액이 1426억원에 불과했다. 공모로 발행된 전체 지수형 ELS 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다.
발행건수를 기준으로 따져봐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지수형 ELS가 가장 많은 4763건(30.5%)인 것을 비롯해 코스피200 4565건(29.2%), 유로스톡스50 4061건(26.0%), S&P500 2133건(13.6%) 등 4개 지수가 전체의 99.3%를 차지했다. 영국 FTSE100과 중국 CSI3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는 각각 1건씩에 그쳤다. 프랑스 CAC40이나 인도 센섹스 지수 등 다른 주요지수는 기초자산으로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수로의 극단적인 쏠림이 지속될 경우 특정 지역이나 국가 리스크에 의해 ELS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기초자산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대규모 ELS 발행 상황에서 다양성이 확대되지 못한다면 차후 시장 충격요인 발생시 한두 가지 이벤트로 인해 ELS 시장 전체가 문제 있는 시장인 것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염려했다.
지수형 ELS는 보통 기초자산을 2개 내지 3개로 발행한다. 지난 7월 월간 기준 기초자산 2개를 활용하는 비중은 40.6%, 기초자산 3개 활용 비중은 43.24%를 각각 차지했다. 중복발행을 감안하지 않고 공모 ELS 발행잔액 36조4385억원 대비 H지수 기초 발행잔액 23조7191억원의 비중은 65%에 달한다. 만약 H지수 하나만 크게 흔들려도 공모와 사모를 합한 지수형 ELS 발행잔액 약 60조원 가운데 40조원 가량이 원금손실 공포에 떨어야 하는 셈이다. H지수가 최근 한달 10% 이상 폭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일부 지수형 ELS에서 지난 26일 녹인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공포를 키우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파생결합상품 대책에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대해 위험이 확대되는 경우 일정기간(약 6개월) 발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유로스톡스50 역시 H지수와 발행 비중이 엇비슷한 만큼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ELS 상품에 대한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당분간 발행 시장의 규모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다양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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