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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 펀드(27일 기준·상장지수 펀드 제외)의 설정액은 2조564억원으로 전체 설정잔액(19조3644억원) 중 10.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 열에 아홉은 해외 투자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으로 환헤지형 펀드의 성과는 환노출형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일부 펀드는 환헤지 여부가 손실과 이익을 가를 정도다.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 펀드의 환헤지형 상품은 연초 이후 -1.46%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환노출형(언헤지·UH) 펀드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6.51%였다. 이들은 동일한 모펀드에 투자해 포트폴리오가 같고 원·달러 환율 노출 여부에 대해서만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도 최근 3개월간 환헤지·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이 각각 -5.77%, 6.56%로 같은 포트폴리오에서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였다.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와 외국인들의 국내 이탈 등으로 달러 대비 원화값이 단기간 5% 이상 급락한 결과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큰 폭의 손실을 입고 있는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도 환헤지형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7.62%인 반면 환노출형은 -21.32%로 손실 폭이 줄었다. 중국 투자 펀드의 격차는 더욱 크다. 대다수 환헤지형 중국 펀드가 위안화 변화는 헤지하지 않고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만 헤지했기 때문이다. 원·달러는 헤지하면서 달러가치 상승은 상쇄하고 위안화 절하폭은 그대로 반영해 손실을 갑절로 증폭시킨 것.
예컨대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 펀드의 환헤지형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93%인 반면 환노출형은 같은 기간 24.52%로 차이가 컸다.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최근 3개월 동안 이런 현상이 더욱 심했다. 환헤지형은 -33.86%에 달했고, 노출형이 -25.01%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액 10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환노출형 설정액이 더 많은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 Share' 펀드도 연초 이후 각각 -6.43%(환헤지)와 0.17%(환노출) 수익률을 거둬 비슷한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위안화는 선물이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량도 적어 헤지가 어렵다. 여기에 평가절하 이전까지는 위안화 강세에 대한 전망이 우세를 보인 것도 투자자 피해를 키운 꼴이 됐다.
중국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위안화 채권 펀드를 출시하면서 중국 채권 금리와 위안화 가치에 함께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로 위안화를 헤지하지 않았다"며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헤지가 역효과를 낸 것
이처럼 성과에서는 큰 격차를 보이지만 현시점에서 환헤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헤지형으로 투자하고 환에 대한 투자는 ETF 등을 이용해 따로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