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연일 이어지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행진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자발적 주식갖기 캠페인에 돌입한 지 꼬박 한 달이 지났지만 도리어 주가는 더 떨어졌다.
31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9만2200원으로 지난달 30일 종가 9만9000원 대비 6.8%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증시 급락과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불확실성 등 대외 악재가 겹치긴 했지만 현대중공업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감안하면 주가 방어에 ‘약발’이 먹히지 않은 수준이다. 이 기간 현대중공업의 주가 하락률은 코스피 하락률(4.55%)를 웃돌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사업본부 대표회의에서 자사주 매입을 선언한 뒤 이달 들어서만 총 77건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다. 최길선 회장은 이달 초 현대중공업 주식 2000주를 2억200만원에, 권오갑 사장은 1974주를 1억9900만원에 사들였다. 이후에도 가삼현 부사장, 조영철 전무, 이상용 상무는 물론 비등기 임원까지 가세해 주식을 매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4일에는 장 중 8만600원까지 빠지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조선업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실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거나 수주가 증가해야 하지만 회사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지나는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인 1조934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1710억원이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소식까지 들리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9거래일 중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전부 현대중공업 주식을 순매도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6일 오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다음달 9일에는 조선노조연대와 함께 공동 파업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개선이 불명확해지면서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중공업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1’에서 ‘A2+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불황으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들은 내년 1분기까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도가 15% 이상 벌어져있어 장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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