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열차의 흔적을 두고 신촌 민자역사는 ‘상처’를, 홍대 동교동삼거리는 ‘새 살’을 만들어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강역과 당인리발전소(현 홍대앞 중부화력발전소)를 오가는 석탄기차가 오가던 마포 동교동삼거리는 요즘 범 홍대 상권이자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반면 지난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인기를 끌던 ‘분양형 상가’로 인근 대학가의 패션 메카로 거듭나겠다던 ‘신촌기차역 밀리오레’는 유령건물이란 오명을 쓴 채 소송전에 휘말리게 됐다.
두 상권의 운명이 갈리게 된 건 ‘스토리’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중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 많은 대학가 상권이라고 무조건 잘 되는 것은 아니다”며 “상권 투자시 필요 조건으로 꼽는 ‘스토리’의 유무가 다른 상권과 차별화된 문화적 요소로 자리잡아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연트럴파크’ 양 옆으로 단독·다가구 주택을 개조한 작은 식당과 카페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중이다. 숲길이 개장한 지난 6월 말을 전후해 인근 투자 수익률은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 지역이 자리한 홍대·합정 소규모 매장의 올해 1분기 투자 수익률은 1.88%에서 지난 2분기 1.94%로 올랐다. 신촌·마포 일대가 같은 기간 1.72%에서 1.85%로 오른 것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도 투자 문의가 이어졌지만 숲길이 생긴 이후로는 상가 개조가 가능한 단독·다가구 주택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3.3㎡당 2000만원 후반이었던 건물을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어 3000만원 선에 이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3㎡당 임대료는 60~70만원 선이다.
숲길은 경의선 철도가 땅 밑으로 내려가면서 철도시설공단이 내놓은 지상 토지에 서울시가 공원으로 꾸민 것이다. 지난 2012년 4월 1단계(대흥동 구간, 760m)에 이어 지난 6월 말 2단계 구간이 새로 태어났는데 이 2단계 구간 중 홍대입구역에서 연남파출소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연남동 구간(1268m)이 ‘연트럴파크’로 통한다. 공원에서 20m 아래인 지하에는 문산과 서울역을 오가는 경의선 전철, 그 아래 지하 40m 지점에는 공항철도가 다닌다.
지난 2006년 신촌 민자역사 완공과 함께 문을 연 밀리오레는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다. 지하2층~지상6층에 연면적 3만㎡ 규모인 밀리오레는 5·6층 메가박스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1~4층이 모두 빈 상태로 “이 건물은 법원으로부터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건물”이라는 안내판이 나 붙었다.
2000년대 초 분양형 상가로 흥행몰이를 한 ‘동대문 밀리오레’ 사업자인 성창에프엔디(F&D)가 역사 건물을 빌려 ‘신촌 밀리오레’를 꾸민 후 10㎡ 남짓한 단위로 상가를 분양했다. “민자역으로 인천공항철도와 경의선 복선전철이 지날 것”이라며 분양했지만 노선이 지나지 않자 사기 분양 논란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성창에프앤디가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900억원이 넘는 분양반환대금을 한꺼번에 돌려 줄 여력이 없자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이 승소하고도 빚더미에 앉게 되자 올해 다시 추진단을 꾸려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신촌밀리오레 일대의 올해 1분기 투자 수익률은 1.25%에서 지난 2분기 1.18%로 내려갔다. 서울 전체가 같은 기간 1.36%에서 1.43%로 오른 것에 비하면 평균을 밑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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