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잃은 시장의 자신감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하락했다는 지표에 중국 증시가 고꾸라지고 다른 나라 증시와 유가가 도미노처럼 연쇄 하락 반응을 일으키는 ‘천수답’ 장세가 되풀이되고 있다.
2일 코스피는 하루 종일 1900선을 두고 급등락을 되풀이했다. 개장 직후 19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한때 1883.50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4% 넘게 폭락해 시작한 중국 증시가 낙폭을 줄여가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결국 전날보다 0.99포인트(0.05%) 오른 1915.22에 마감했지만 이른바 ‘위험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22.40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8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아시아 증시도 하루종일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1만8000선이 무너지면서 시작한 일본 닛케이 지수는 1만7857.30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조금씩 줄여가며 전거래일보다 0.39% 떨어진 18095.40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지수도 장중 한때 3019.09까지 떨어지며 3000선을 위협받다가 회복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0.3% 떨어진 3156.08을 기록했다.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비슷한 지수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이유는 전날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때문이다. 이 지수가 2012년 8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49.7)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증시는 1일(현지시각) 일제히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84%나 떨어졌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2.96%, 2.94% 하락했다.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3.0%, 프랑스 파리의 CAC 40 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지수는 각각 2.4% 가량 떨어졌다.
증시뿐 아니라 국제유가도 연일 널뛰기 국면을 연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7.7% 폭락했다. 그 전날까지 사흘 연속 급등세를 보이면서 3일간 25% 넘게 올랐던 기류와는 딴판이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제조업 부진 우려는 원유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주 후반 들어 중국 증시 회복과 함께 안정세를 되찾는 듯 보였던 글로벌 증시는 중국발 악재에 너무 쉽게 무너지는 취약성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장이 조정을 거치고 있고 불확실성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심리적 불안과 극도의 변동성으로 장이 출렁이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경제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이 차츰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매트 매일리 밀러타박 증시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많은 미국 기업들의 지난 2분기 실적이 중국 요인에 의해 악화됐고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과 함께 미국 제조업 경기도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는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달러 강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 등으로 미 수출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도 8월 제조업 경기 지표가 하락했다고 보
한편 중국발 악재는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1일 미 재무부 국채 10년 물의 투자수익률은 1일 2.22%에서 2.16%로 하락했다. 수익률 하락은 채권값 상승을 뜻하는 것으로 채권 수요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0.6% 올랐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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