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점이긴 하지만 바뀔 예정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입주 시점에는 전혀 다른 동네가 되어가고 있을테니까요.”
지난 18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의 분양대행사인 CLK 권오정 본부장 말이다. 그가 ‘최단점’이라고 말한 부분은 아직도 성업 중인 청량리역 일대의 집창촌(청량리 588)을 말한다. 서울의 대표적 홍등가 중 한 곳인 이 지역은 최근 재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초고층 주상복합타운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발을 이미 뗐기 때문에 그 부분이 더이상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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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역 일대 개발을 앞두거나 이미 아파트 물량을 공급 중인 지역들 모습. |
◆외면받아온 균촉지구, 최근 정비 속도내기 시작해
이처럼 한동안 부동산 경기침체로 외면 받아온 서울의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들이 최근 개발 속도를 내고 있다. 넓은 의미로 보면 뉴타운사업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사업으로 묶이는 균형발전촉진지구(이하 균촉지구)의 근거는 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했던 당시 만든 ‘서울특별시 지역균형발전지원에 관한 조례’다. 물론 뉴타운사업도 같은 조례로 묶인다.
근거는 같지만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뉴타운사업이 노후화된 주거지의 주거환경 개선이 주목적이라면, 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은 기존 낙후된 부도심이나 지역 중심을 주상복합이나 오피스 등에 중점을 두어 실질적인 중심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적을 둔다.
이에 정부는 2003년 11월 균형발전촉진지구 시범 사업지구로 합정, 청량리, 미아, 홍제, 가리봉 등 총 5곳을 지정했다. 이 지역들은 교통이나 편의시설, 상업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전체적으로 시설이 노후화돼 우선적으로 정비가 필요한 곳들이었다.
때문에 개발이 완료된다면 일대의 상권이나 생활의 중심이 균촉지구를 중심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렇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시범사업지구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기존에는 도심지였지만 점차 낙후되자 조합원들이 사업 진행여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 또한 일반적인 뉴타운보다 상업지 비율이 높아 조합원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데다 영업자들에게 보상을 별도로 해야 하는 등 보상문제가 복잡한 것도 전체 사업진행의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시범지구 내 지지부진했던 구역들이 대거 해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구 자체가 해제된 가리봉균촉지구를 포함해 홍제균촉지구에는 홍제5구역이, 미아균촉지구에는 신월곡3구역, 신길음2구역, 신길음3구역, 강북1구역, 강북8구역이 해제됐다. 합정과 청량리만 해제구역이 없을 정도다.
◆정비 추진여력 남은 지구들, 속도 내며 속속 준공도 앞둬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반전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청량리균촉지구를 비롯해 저마다 구역들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실제로 홍제지구의 홍제2구역은 올해 5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005년 구역 지정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도 오는 9월 정기총회를 실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준공 단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청량리1구역에서는 올해 1월 BYC에서 지은 최고 24층, 238실 규모의 ‘비스타 오피스텔이 입주를 시작했으며, 대우건설이 합정3구역에서 선보인 최고 37층의 주상복합 ‘마포 한강 푸르지오’도 올해 3월 준공됐다. 이어 미아지구의 강북6구역도 동원건설산업이 짓는 오피스 ‘연이빌딩’도 9월경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속도가 느리거나 주민 반대가 심한 곳들의 구역이 해제된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는 평가다. 이해관계가 복잡했던 구역들이 해제되고 조합원들의 추진여력과 의지가 있는 곳들만이 남자 상대적으로 사업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
실제 관리처분총회를 준비 중인 청량리4구역은 지난 2013년 6월 개발을 반대하던 성바오로병원과 인근 상가 등이 제외된 이후 1년여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낼 정도로 속도감있게 진행됐다.
◆분양 및 매매시장 호황에 남은 지역들 자극받아
최근 부동산시장의 활황세도 시범지구 내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변 신규분양 물량의 계약 성적도 좋은데다, 기 입주한 아파트들의 몸값이 오르자 사업성이 검토는 물론 추진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량리균형발전촉진지구가 도보권에 있는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의 경우 가격이 훌쩍 뛰었다. 2011년 분양 당시에는 미분양이 적잖게 남아있었지만 최근에는 중소형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2013년 4월 입주 당시 3.3㎡당 1529만원이었던 가격은 8월 기준 1705만원으로 11.5% 이상 뛰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균촉지구 개발 완료시 일대의 생활환경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사업이 거의 완료된 균촉지구 사업장들은 지역의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2년간(2013년 8월~2015년 8월) 합정동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774만원에서 2016만원으로 1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마포구의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서교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메세나폴리스가 처음 들어섰을 때만 해도 미분양이 있었지만 입주 후 새 상권이 갖춰지면서 이제는 지역 명소가 됐다”며 “청량리지구나 미아 등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비슷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