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은행권 임금체계 수술 총대멨다

↑ 홍기택 산은 회장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고질적인 고임금 구조를 수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텔러와 외국환 등 업무 종사자들을 시작으로 별도 임금체계를 도입해 주목된다. 업무 난이도와 수익성에 따라 차별된 임금체계를 적용해 높은 임금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하고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초 지점 창구 업무를 담당하는 텔러 직군과 외국환 직군을 별도 직군으로 독립시켰다. 산업은행 급여는 기본급과 직무급으로 구분되는데, 텔러 직군과 외국환 직군의 직무급을 일반 직군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지난달까지 주로 고졸이거나 계약직 출신(6급)인 두 직군의 임금·승진 체계는 대졸 신입사원(5급)의 일반 직군과 동일한 체계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텔러 출신과 외국환 직원 출신은 각각 동일한 영역에서 별도 직군으로 분류돼 해당 직군 임금체계를 적용받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텔러 출신이나 외국환 직원 출신 역시 능력과 업무 기여도에 따라 주요 보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넓어졌다"며 "주로 고졸인 두 출신이 일반 직원과 동일한 체계로 경쟁하는 것이 임금구조나 조직 효율성 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차원에서 이같이 개편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기준 산업은행 전체 직원 2959명 중 일반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텔러와 외국환 직원 등 6급 직원은 465명이다.
산업은행은 텔러와 외국환 직군 별도 임금체계가 정착되는 추이를 봐서 투자금융(IB)을 비롯한 다른 직군까지 별도로 독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이 은행권의 고임금 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고 연봉제 역시 직무에 따라 구별되는 별도 연봉체계가 마련돼야 고임금 구조를 수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책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에까지 전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은행권 고임금 구조 수술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은행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직군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라며 "노조를 만나 연봉제 도입을 논의하면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여서 수년 내에 임금체계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도 최근 기존 5급과 7급 등 이원화된 채용방식을 7급으로 일원화하고 7급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광주은행 신입사원들은 대졸과 고졸 상관없이 모두 7급으로 뽑아 능력과 성과에 따라 승진을 결정되는 형태다. 이전까지는 5급(대졸)과 7급(고졸)으로 신입사원 직급이 달라 사원끼리 서로 유화되기 힘들었지만 신입 직급 일원화로 이 같은 문제가 줄었다는 평가다.
광주은행은 이를 통해 신입사원 채용인원도 늘렸다. 광주은행이 올해 초 계획했던 채용인원은 20명이었지만 7급 일원화 방식을 도입하면서 1.5배 늘어난 30명을 올해 신규 채용했다. 신입사원 초봉이 줄면서 채용 확대 효과도 있었던 셈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특별승격제도 도입으로 동기부여 효과가 발생하고 성과 보상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